아프간 정부가 항복한 15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곳은 명백하게 사이공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아프간 철수 이후의 상황이 미국의 리더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동맹국들도 미국의 외교정책 신뢰성을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국가 안보 이익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중대한 정책 결정을 놓고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앞으로 안보 문제에서 미국에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4개월 전 바이든 대통령이 9·11테러 20주년에 맞춰 아프간전에서 손을 떼겠다는 발표를 할 당시만 해도 미국 내 여론은 긍정적이었다.
끝이 안 보이는 전쟁을 드디어 끝낼 수 있다는 데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 다른 현안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야당인 공화당도 바이든 대통령의 철군 결정에 찬성 입장을 보이는 등 대체적인 정치권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아프간 철군 문제 자체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사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탈레반과 평화 합의를 체결했고, 미국과 동맹군을 조기 철군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4월 철군 결정 발표 후 아프간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지면서 국내 여론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아프간 상황을 1975년 베트남 사이공 함락과 비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사이공 함락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굴욕으로 꼽히는 사건 중 하나다.
국제 사회 여론도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장 마리 게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와 아프간에서의 대실패 이후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외부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고, 냉소적이며 국수주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하원 토비아스 엘우드(보수당)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거론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 거대한 첨단 기술의 힘이 개입한 지 20년 만에 패주한 사람들(탈레반)에게 나라를 되돌려 주는 것에 당황해하고 있다"면서 "로켓 추진 수류탄과 지뢰, AK소총으로 무장한 반군에게 우리(영국과 미국)가 패배하고 있는데 어떻게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시절 국제개발부 장관을 지낸 로리 스튜어트도 "미국의 군사적 능력만큼이나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미국의 역할이 다시 위태로워졌다"면서 "세계에 영감을 주고, 등불이었던 서구 민주주의가 등을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 전쟁으로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들었던 것과 같은 아프간 난민 탈출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도 이란이 공격할 경우 미국에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에 직면해 있다고 WP는 전했다.
중동에서 가장 큰 미군 부대가 있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안보 컨설턴트 이네그마의 책임자인 리아드 카와지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과 미국이 아프간에서 손을 떼면서 큰 혼란을 초래한 것을 목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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