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원격업무·클라우드 거부감 사라져… 디지털전환 강도·속도 점점 높아질것
SAP ERP, 기업 생존하기 위한 핵심도구… 기업 솔루션, 특화 앱마켓에 1800개 제품 등록
체코 등 국내외 파트너·고객 매출기회 얻어, 메모리기반 '차세대 ERP' 속도·안정성 강점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D파이오니어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D파이오니어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


"SAP는 이제 다른 기업이 됐다. 지난 10년간 가장 큰 변화는 클라우드였고 두번째는 플랫폼 회사로 바뀐 것이다. 철저한 오픈 정책으로 접근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업용 SW(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개발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전략이 시장 요구와 맞아 떨어졌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SAP ERP(전사적자원관리)는 메타버스처럼 섹시한 주제는 아니지만, 산업현장에서 혁신 전쟁을 벌이는 기업의 중심을 이루는 뼈대이자 글로벌 표준"이라면서 "특히 비대면 업무가 일상화되면서 기업들이 표준화된 IT와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해 SAP ERP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30년 이상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IT 회사에 몸담으면서 기업의 혁신활동을 조언해온 이 대표는 2018년 3월부터 SAP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SAP는 글로벌 최대 기업용 SW 회사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IT와 SW를 공급한다. 대표 제품인 ERP는 재무관리를 중심으로 회사의 모든 활동을 통합하는 코어 시스템으로, 글로벌 표준 업무 프로세스를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치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이 솔루션을 쓴다.

그는 "취임 후 3년여 간 클라우드에 모든 전략을 집중했다"면서 "3년간의 준비 끝에 작년 하반기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얻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을 적극적으로 한 덕분에 그 물결에 올라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ICT 산업 변화의 시대 맞았다"=코로나19가 전 산업과 생활의 언택트화와 디지털화를 앞당기면서 ICT 산업이 대변화의 시대를 맞았다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특히 클라우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SAP에도 강한 성장엔진을 달아줬다.

이 대표는 "ERP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제품을 '클라우드 우선' 정책 하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클라우드 기반 ERP를 신규로 도입하고 있다"면서 "대형 고객들은 기존 ERP를 인메모리 DB(데이터베이스) 기반의 차세대 ERP인 S/4 HANA로 업그레이드하거나 타사 제품을 쓰다가 전환하는 경우인데, 대부분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SAP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IT와 SW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회사다. 제품 종류가 800개가 넘는다. 기업의 핵심 시스템인 ERP에는 스마트팩토리, 재고관리, 창고관리, 물류관리 등의 솔루션이 포함된다. 거기에다 M&A를 통해 확보한 SaaS 제품군도 100개가 넘는다. SaaS는 크게 구매관리, 공급망 관리, 인사관리, 고객관리, 경험관리 등 5개 영역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퍼블릭 클라우드에서 서비스 된다.

코로나가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원격업무나 클라우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회의는 만나서 해야 하고 SW도 자체 데이터센터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국내 기업들이 바뀌고 있다는 것.

"만약 30년 전에 코로나가 발생했다면 지구촌이 받았을 충격은 상상하기 힘든 정도였을 것이다. 그나마 지금 일어나서 문제 없이 비즈니스와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 IT가 지구와 산업을 살린 셈"이라는 이 대표는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의 강도와 속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도 IT도 글로벌 표준 지향해야"=이런 변화 속에 글로벌 표준 업무 프로세스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전세계에 흩어진 기업들과 협업하고 비대면으로 일 처리를 하다 보니, 특정 기업만의 독특한 프로세스를 고집하는 대신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도입해 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해졌다. 남들이 쓰지 않는 IT 솔루션으로 일을 하면 불편하고 복잡하다"면서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와 IT 도입은 무조건 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SAP ERP는 세계적으로 표준처럼 쓰이니 기업들이 거부감 없이 빨리 도입하고 있고,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ERP는 혁신의 코어"=현장에서 만나는 국내 기업들의 변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미국·유럽 등보다 코로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디지털화가 전자산업에 호황을 가져오면서 기회를 잡은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제대로 투자해 기회를 살리고자 한다는 것.

그는 "전통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고, 모든 산업의 키워드로 디지털화와 플랫폼화가 등장했다"면서 "기업들이 공격적인 변화를 하면서도 안정적인 사업활동을 영위하고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게 ERP의 역할이다. 이게 돼야 실험도, 혁신도 할 수 있다. 최근 각광 받는 메타버스처럼 섹시한 영역은 아니지만 우리 ERP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핵심 도구"라고 강조했다.

"IT시스템은 20~30년 전만 해도 매우 단순한 구조였지만 지금은 클라우드부터 DB,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까지 수백 가지 기술 아키텍처가 등장하면서 복잡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수백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스파게티처럼 얽힌 난마가 되고 만다"는 이 대표는 "SAP ERP는 수백 가지 애플리케이션과 1 대 N 구조로 안정적으로 연결돼 이런 상황을 막아준다"고 설명했다.

◇"SAP는 클라우드 기업"=SAP는 모든 전략을 클라우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과 올해 가장 큰 성장 모멘텀은 한 마디로 클라우드다. 매우 높은 두자릿수 수준 성장세를 기록 중인데,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기업 중 이 정도로 성장하는 곳은 찾기 힘들다. 대·중견·중소기업 시장 할 것 없이 성장 중"이라고 밝혔다.

SAP는 고객의 수요에 따라 프라이빗, 퍼블릭,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모두 지원한다. ERP는 재무정보 등 민감한 기업 데이터가 처리되기 때문에 프라이빗 클라우드에 구축하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인사관리 솔루션 '석세스팩터', 공급망관리 솔루션 '아리바' 등 SaaS(SW서비스)는 모두 퍼블릭 클라우드 상에서 제공한다. 이 대표는 "지금의 추세라면 5년 후에는 클라우드의 비중이 80~90%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클라우드 얘기만 하고 많은 준비를 한 결과 작년 하반기부터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오픈 전략이 주효하다=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은 철저히 '오픈 전략'을 취한다. 자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동시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 클라우드를 모두 쓴다. 5가지 클라우드센터 위에 SaaS를 올려 서비스하는 것. 한국에 설립한 자체 데이터센터는 아마존 클라우드센터를 빌려 쓴다. 여기에서 기업용 SW 개발 플랫폼을 서비스한다.

기업들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 ERP를 도입하되, 자체 센터 대신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센터에 자사 전용 공간을 확보해 시스템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국내 자체 데이터센터에서는 'BTP(Business Technology Platform)'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플랫폼을 이용해 파트너인 ISV(독립 SW 개발사)나 카카오엔터, 삼성SDS 등이 기업용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BTP에는 인메모리 DB인 'HANA'와 각종 개발툴, 데이터 분석툴인 'SAP 어낼리틱스' 등이 탑재돼 있다. BTP는 ERP 레벨의 개발 플랫폼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제공하는 개발 플랫폼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ERP와 연계되거나 ERP를 확장할 수 있는 SW 모듈을 개발할 수 있는 일종의 반제품들이 들어 있다는 것. 그는 "BTP에서 솔루션을 개발하면 자동으로 우리 ERP나 SaaS와 연결되고, 파트너나 고객들이 우리와 함께 개발할 수도 있다. 이런 개발과정을 거쳐 산업별 솔루션을 담은 인더스트리 클라우드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다=설치 방식의 기업용 SW를 판매하던 SAP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개발 플랫폼까지 공급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이 대표는 "기업용 SW 개발을 돕는 플랫폼 회사가 돼서 아마존 같은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BTP 상의 'SAP 앱스토어'를 이용하면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을 등록해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앱스토어는 구글이나 애플의 앱스토어와 유사한 기업용 솔루션 특화 앱마켓으로, 약 1800개 제품이 등록돼 있다. 유고슬라비아. 체코 등 세계 곳곳의 파트너와 고객들이 이곳에서 매출 기회를 얻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웹케시와 카카오엔터가 BTP 기반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9월께 BTP 기반 솔루션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ERP에 추가로 필요한 기능을 각각 개발해서 붙이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플랫폼 안에서 하는 것이다. 덕분에 스파게티처럼 복잡했던 시스템이 훨씬 단순해졌다"고 말했다. BTP를 통해 기존에는 경쟁관계였던 국내 SW 기업들과의 협업체계도 만들어졌다. 국내 여러 기업이 SAP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SW를 사서 쓰던 제조기업들이 BTP에서 SW를 개발해서 SW 기반 비즈니스에 뛰어들기도 한다. 지멘스가 공장제조 지원 솔루션을 BTP 기반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차세대 ERP 속속 도입=ERP는 차세대 제품인 S/4 HANA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인메모리 DB를 채택해 훨씬 빠른 속도와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게 강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1년간 ERP를 새로 도입하거나 업그레이드한 고객은 100% S/4 HANA를 선택했고, 삼성전자가 운영을 시작한 것을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이 S/4 HANA로의 업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SAP ERP를 안 쓰면 몰라도 쓰는 곳은 다 옮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 데이터 저장과 처리가 메모리 기반으로 이뤄지니 빠르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이미 ERP는 글로벌 표준이고, 그 중에서도 SAP ERP를 쓰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는 이 대표는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어도 우리 ERP를 통해 재고·물류·영업 등 핵심 업무를 통합 관리하면서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도 IT를 통해 지원한다. 이 대표는 "ESG는 코로나 이후 가장 뜨거운 어젠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IT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탄소배출 현황을 분석·실증하고 제어하는 SW와, 화학기업 등에 필요한 유해물질 관리 DB, 솔루션 등을 통해 기업들이 탄소중립 시대에 앞서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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