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시행에 들어가는 중대재해법에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초 과도한 처벌 규정도 문제지만 명확해야 할 법조문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도 본법과 마찬가지로 문제 투성이다.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토론회'에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입법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법 취지와 경영책임자 지위를 고려해 합리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에 매우 무거운 처벌규정을 담고 있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인과 기관에게는 별도로 50억원 이하의 별금을 물린다.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러한 규정이 내년 1월부터 5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시행 후 2년간 유예기간을 두었다. 산업계가 특히 우려하는 것은 처벌이 강력한 만큼 행위의 범위와 책임의 소재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부분이 많이 지적됐다. 범죄 구성요건으로 사용된 '충실하게' '적정(한)' 등 모호하고 불특정된 조건도 개선돼야 한다. 법집행기관 입장에서도 기업의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조사하고 처벌할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직업성 질병 기준에서 중증도도 애매모호하게 돼있다.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모호한 처벌규정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중대재해법은 기업현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제도다. 무엇보다 경영 위축이 불가피하다. 산업재해를 줄여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1년에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900건 가까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재해예방은 발등의 불이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과잉입법은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처벌만 피하면 된다는 유인을 만든다. 모호한 규정은 갈등의 소지가 되고 안전확보라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초래한다. 현실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이행가능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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