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며 "업무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시점은 14일 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공개된 검찰 보고서에는 쿠오모 주지사가 피해 여성들에게 원하지 않는 키스를 강요하고, 가슴 또는 엉덩이를 만진 것은 물론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진술이 자세히 적혔다. 그러나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이 없었고, 뉴욕주 검찰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조사를 진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직을 유지하면서 자신에 대한 "정략적인 공격"에 맞서 싸울 경우 주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며 "(주정부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내가 물러나서 주정부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혐의는 인정하지 않지만, 뉴욕주 행정 마비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물러나 반격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쿠오모 주지사는 성추행 의혹 중 일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자란 자신과 피해 여성들과의 "세대적 또는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세 딸을 언급하면서 "내가 고의로 여성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여성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한 적이 결코 없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딸들이 진심으로 알아주길 바란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실수를 했고 이제 사과를 했다. 이번 일로부터 많이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성추행 피해를 공개한 직원들에 대해서도 "너무 가깝게 생각했다. 불쾌한 마음이 들게 했다"며 사과했다. 3선 주지사인 쿠오모의 사임은 첫 성추행 폭로가 나온 지 5개월 만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미국의 대표적인 2세 정치인이다. 부친인 마리오는 1983년부터 12년간 뉴욕 주지사를 지냈다. 1957년생인 쿠오모 주지사가 20대 시절 정계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주지사 선거 덕분이었다.
쿠오모는 1982년 로스쿨을 졸업한 직후 아버지 선거캠프에 합류했다. 아버지가 뉴욕주지사에 취임한 뒤에는 정책보좌관 역할을 맡았고, 뉴욕주 검찰청 검사로도 임용됐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때인 지난 1993년 주택도시개발부 차관으로 임명되고 이어 장관 자리에까지 오르면서 중앙 정계에서 이름을 알렸지만, 이전부터 유명인 취급을 받았다. 1990년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명문인 케네디 가문의 사위가 됐기 때문이다. 결혼한 상대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의 딸 케리 케네디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이혼했다.
뉴욕에서 3선에 성공한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매일 코로나19 상황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브리핑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방역 문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맞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뉴욕을 세계 최악의 위기에서 지켜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쿠오모는 대선 주자급으로 성장했고, 조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된 뒤에는 초대 법무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30대 여성이 트위터를 통해 수년간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39년 정치인생이 몰락할 위기에 처했다.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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