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임대사업자 거센 반발에 혜택 폐지안 두달여만에 철회 설익은 정책으로 시장신뢰 잃어 상반기 국세수입 49조 더 걷혀 임대차법·양도세 중과 등 영향 양도소득세 증가분 7.3조 달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관련 세금이 늘어난 것이 세수가 늘어난 요인으로 나타난 10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슬기 기자 9904sul@
더불어민주당이 10일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5월 내놨던 혜택 폐지안을 불과 두 달여 만에 철회한 것이다. 폐지안을 내놓자 임대사업자들이 급하게 집을 처분하면서 세 살던 서민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부동산 정책에 서민만 고통을 당한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철회하기를 반복하면서 정책 불신만 쌓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을 연장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세제혜택을 연장하지 않고 정상 과세하기로 했었다. 또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도 받지 않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을 시장에 내놓아 서민들이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책은 곧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고 이번에 철회된 것이다.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임대사업자들이 급하게 주택을 처분하면서 갑작스레 오갈 곳이 없어진 서민 세입자들이 오히려 웃돈을 주고 전셋집을 구해야 했다.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철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달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전면 백지화했다. 원래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는 재건축 투기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추진한 대책이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또다시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만 커졌다.
세입자가 몰리면서 전·월세만 올랐다. 지난해 7월 98.4이었던 한국부동산원 종합주택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6월 104.7로 상승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 설정 때도 당정은 우왕좌왕했다.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만 부과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가 구체적인 부과대상을 산정할 때 상위 2%에 걸리는 과세기준을 억 단위로 반올림하기로 하면서 '사사오입 종부세' 논란을 불러왔다. 민주당은 반올림 조항을 수정하기로 했다가 최근 다시 유지하기로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을 정할 때 기본적으로 '이 정책으로 어느 계층이 도움을 받고, 어느 계층이 피해를 받게 되나', '지역적으로 어떤 효과를 미치는가', '장기·단기 효과는 어떻게 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고민 없이 정책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머릿속에 정치적 표 계산을 하니 이런 이상한 혼란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책임감 있게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데 반대가 많으면 던져버리고, 지지율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또 바뀐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도 "대책을 추진하기 전 전문가들이 관계부처와 심층 분석하고 문제점이 없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일단 시장에 던져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민주당이 임대사업자 세제혜택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나,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백지화는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려는 것이라 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다"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시장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정책을 발표하고 철회하면서 혼란을 야기한 점"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정책을 자꾸 바꾸는 게 부동산 시장 불안요인"이라며 "시장환경에 맞게 정책 대응을 해야 하는데 뒤늦게 대응할 뿐 아니라, 설익은 정책을 내놓고 있어 세입자 등 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세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49조원 더 걷혔다.
49조원 가운데 20조원은 소득세 증가분이었다. 특히 소득세 가운데에서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거래 증가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7조3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임대차 3법', '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에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서민을 괴롭힌 주범인 집값 상승에 정부 주머니만 두둑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민 고통 속에 늘어난 세수로 재난지원금 등 선심을 베풀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10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8조8000억원 더 걷혔다.
기획재정부측은 작년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금 납부를 유예하거나 올해로 이월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세제 정책으로 올 상반기 13조3000억원 세수가 더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세수 증가는 집값 상승의 공이 크다. 올해 상반기까지 소득세 수입은 60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9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소득세 수입 증가분의 67%는 양도소득세 수입이었다.
특히 부동산 폭등에 따른 거래와 양도차익 증가로 부동산 관련 양도소득세 증가분이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증권 거래에 따른 양도세 증가분도 2조2000억원에 달했다.
경기 회복세로 법인세 10조4000억원, 부가가치세 5조1000억원이 더 걷혔지만 세수 증가분의 대부분이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었던 셈이다.
결국 부동산 폭등과 주식 시장 활황 등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세수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통합재정수지는 47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작년 동기 대비 42조8000억원이나 줄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79조7000억원 적자로, 1년 전에 비해 30조8000억원 줄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 맞아 떨어진다면 지금 부동산에서 추가 세수가 나오면 안 된다"며 "지금 정부의 정책이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도소득세를 낮춰주면 거래가 더 활발해지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며 "거래가 활발해지려면 기존 주택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양도소득세 중과로 가로막혀 있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상태가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보조금적 이전 지출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