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포기하지 않으면 극소저체중으로 태어났더라도 얼마든지 또래 아이들처럼 살 수 있어요."

2018년 국내에서 가장 적은 체중 302g으로 태어난 사랑이의 주치의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는 대한의학회지(JKMS)에 출생 시 500g 미만 미숙아(이른둥이) 생존율은 28%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단일 의료기관이 아닌 한국신생아네트워크(Korean Neonatal Network, KNN)를 통해 2013∼2017년 전국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머문 환아를 분석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적은 체중으로 태어난 사랑이도 올해 세 돌이 지났다"며 "30% 남짓한 생존율이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랑이는 병원 밖에서 세 돌이 지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이제 병원에는 가끔 성장 발달 단계를 체크업(checkup)하기 위해 방문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사랑이는 2018년 1월 엄마 뱃속에 머문 지 6개월 만에 태어났다. 보통 신생아보다 4개월이나 일찍 태어나 생존할 확률은 1% 미만이었다. 사랑이처럼 출생 시 500g이 안 됐던 초미숙아는 만 3세가 됐다고 해서 평균 체중으로 태어난 또래를 다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건강하게 세 돌을 맞이했다는 것만으로 적잖은 의미다.

정 교수는 "포기하지 않으면 극소저체중으로 태어났더라도 얼마든지 또래 아이들처럼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사랑이 뿐만 아니라 다른 미숙아들 역시 생존의 한계를 넘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숙아에 대해 아주 과거에는 살려봤자 짐이 아니냐는 극단적인 의견도 있었고, 2000년대 초만 해도 출생체중이 500g이 안 될 경우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는 회의도 컸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며 "우리나라가 이른둥이 생존의 한계를 점점 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내 미숙아의 생존율은 일본의 55%보다는 다소 낮지만,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이며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라며 "부모가 포기하지 않으면 살 수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 신생아 10명 중 1명은 엄마 뱃속에 머무는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는 미숙아로 태어난다"며 "이제는 생존을 넘어 미숙아들이 향후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미숙아가 생존한 후의 삶에 대해 모두가 더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은 생존의 문턱을 넘은 뒤에는 정상적인 성장 발달을 위한 재활의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라며 "특별히 병을 가지고 태어난 게 아니라면 충분한 재활을 통해 정상 체중으로 태어난 아이와 유사하게 살 수 있으므로 재활과 관련된 지원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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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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