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대형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현대차 제공
'이제 H의 시대다.'

세계 각국이 탄소를 덜어내고 그 빈자리를 수소로 채우기 위해 R&D와 산업화의 긴 여정을 시작했다. 수소를 대규모로 생산·운송·저장·활용하는 생태계를 완성해 화석연료가 지배해온 지구촌을 개조하는 게 목표다. 우리 정부와 주요 기업들도 수소를 미래 성장 키워드로 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해,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자원빈국'에서 '수소부국'으로의 변신이 기대된다. 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운송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거리 운송, 석유화학, 철강 등 전통 산업의 탈탄소화 고리를 연결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천연가스, 석탄, 석유, 재생에너지,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자원에서 생산할 수 있으면서 석유화학산업에 필요한 원료로도 쓰인다. 특히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에너지저장·운송시스템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각국이 정책과 기술개발 로드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탄소중립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수소 수요량은 2050년 최종에너지의 13%에 달하는 5.3억 톤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현재 킬로그램당 3.5~7.5달러에서 2030년 1.5~3.5달러, 2050년 1~2.5달러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수소 수요량 중 50%는 철강·석유화학 등 산업·수송부문, 30%는 합성연료 생산, 17%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적 발전특성을 보완하는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EU "수소를 탄소중립 시대 성장·일자리 기회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작년 7월, 2024년까지 6GW의 수전해 시설에서 100만 톤, 2030년까지 40GW의 수전해 시설에서 1000만 톤의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소전략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은 이에 앞서 2018년 발표한 '기후중립 EU 전략 비전'을 통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수소의 역할을 명시하고, 2019년에는 유럽의 수소 비전을 구체화한 수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약 1800억~4700억 유로를 투자해 약 100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을 목표로 유럽 청정수소 얼라이언스도 발족했다. 일본은 '2050년 탈탄소 사회 실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연료 이용량을 연간 300만톤, 2050년까지 1000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050년 일본 전체 전력량 중 수소에너지 비중은 최대 10%로 잡고 있다. 또 수소 가격을 2030년까지 1노멀입방미터(N㎥) 당 30엔, 장기적으로 20엔까지 낮춰 천연가스 대비 비용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특히 호주, 브루나이 등 저비용 수소생산국과의 협력을 통한 국제 수소공급망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상온 수송이 쉬운 액상유기수소저장체인 MCH(메틸시클로헥산)을 활용한 선박수송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미국, 세계적 기술력·산업 기반으로 무장

미국은 작년 11월 에너지부 주관으로 수소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동안 추진해온 다양한 연구개발 실증 프로젝트를 통합해 수소 경제를 단계적으로 성장시키고 밸류체인을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그린수소 생산을 포함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취임 후에는 '미국 일자리 계획'을 통해 수소 저장기술 등을 적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수소 생산과 활용을 위한 기술 기반은 이미 갖추고 있다. 블루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CCUS(탄소포집·저장·활용) 기술 확보를 위해 세금 지원과 투자를 추진하는 한편 수소의 주요 운송 수단으로 활용될 암모니아를 이미 생산·수출하고 있다. 멕시코만 근처에 다수의 암모니아 터미널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약 5000만 톤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액화플랜트를 보유하고 있어, 액화수소 생산과 수출을 위한 수소 액화 운송도 가능할 전망이다.

수소 운송·저장·활용 분야 기업들도 탄탄하다. 에어프로덕츠는 산업용 가스와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다국적기업으로, 액화수소 플랜트·저장 설비 설계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플러그파워는 아마존, 월마트 등을 상대로 수소 지게차와 충전 시스템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호주, 연료수입 의존도 낮추고 탄소배출량은 낮추고

호주 정부는 '호주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 수소 생산 가격을 킬로그램당 2~3호주달러로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수전해와 개질, 석탄가스화 방식을 활용한 대량생산 거점을 발굴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뤄내고 수입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수소허브 구축,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 원산지증명제 도입, 가격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수소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을 투자를 하고 있다. 각 지역의 수소 사업화 노력도 발빠르다. 퀸즐랜드는 2030년 호주 내 이산화탄소 프리 수소 생산 선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는 수소 인프라 투자, 에너지시스템·수소 통합 등 액션플랜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타즈매니아는 2022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달성과 재생에너지 연계 수소 생산을 추진한다.



◇중국, 연료전지차 시범사업 통해 산업 키운다

중국은 2019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수소에너지 설비 및 충전소 건설계획'을 상정하면서 정부 차원의 수소 에너지 산업 육성 전략을 구체화했다. 같은 달에 내놓은 '신에너지 차량 보급을 위한 보조금 정책 개선안'에서는 수소차와 충전소 보급 목표를 수립했다. 작년 4월에는 국가에너지국이 '에너지자원법'에서 최초로 기존에 위험물로 분류해왔던 수소를 에너지에 편입시키며 수소 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작년 10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등 공동으로 '연료전지 차량 시범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인력양성, 기술사업화, 신기술 개발 등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2019년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백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기반 비중은 70%까지, 바이오가스 기반 비중은 1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별 수소 수요·공급 전략 구체적으로 세워야

우리나라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국가 차원의 대개조를 추진하는 가운데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발전, 산업, 수송부문에서의 수소 보급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수소 기반 감축 잠재량을 도출했지만 아직 산업부문의 수소수요, 수소공급원별 비중 설정과 해외 수소 도입 전략 등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KISTEP(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주요 국은 정부 지원과 기업 투자가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자국 내 기술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합작회사 설립, 지분 투자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국내 수소 기술과 산업 역량에 대한 검토를 통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국제협력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의 경험이 부족한 수소생산 분야에서는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통해 해외 기업과의 협력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또 해외 수소 도입 시 무역 거점의 역할, 해상풍력 기반 수소생산·공급 최적화, 블루수소 생산 시 이산화탄소 저장 인프라 구축과 항만기지의 전략적 배치 등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전세계 수소 및 수소기반연료사용 전망 <출처:IEA, 2021>
전세계 수소 및 수소기반연료사용 전망 <출처:IEA, 2021>
중국의 수소산업 보급 목표  <출처:중국 과학기술부>
중국의 수소산업 보급 목표 <출처:중국 과학기술부>
영국 그린수소 보급 전략 및 목표 <출처:UKHFCA, 2021>
영국 그린수소 보급 전략 및 목표 <출처:UKHFCA,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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