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정부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줄이는 이른바 '넷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과 관련, 경제단체들은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한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면서, 자칫 제조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경기침체와 일자리 위축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 공개에 대해 논평을 내고 "주요 감축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 기술이 2050년 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산업 구조와 석탄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특성 상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기업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설정되기 위해서는 향후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이 면밀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도 이날 논평에서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우리나라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환 부문에서 원자력발전 확대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며, 미국·일본·영국·중국 등이 탄소중립 실현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비해 우리나라가 이를 포함시키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논평했다.

산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탄소감축의 대안으로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데 대해, "고로와 전기로는 생산목적이 다른데, 고로를 없애면 자동차용 강판 등을 다 수입해서 쓰라는 얘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되더라도 국가 차원의 그린 수소·전력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 재생에너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 기업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비중이 커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또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생산이 불규칙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기반 마련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량의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반도체와 IT(정보기술) 업계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대책이 자칫 전기료 인상 등 부담으로 작용할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이 글로벌 추세인 만큼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무리하게 목표만 설정하기 보다 각 산업계에서 현실 가능한 방안을 청취하고, 자율적인 탄소감축을 위한 지원책을 펼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북미 현지 실증 사업에 활용될 예정인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시험 주행을 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북미 현지 실증 사업에 활용될 예정인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시험 주행을 하는 모습.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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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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