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보험 공포마케팅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백신보험 공포마케팅 사례 <금융감독원 제공>
'0.0006%의 사고 확률'만 담보하는 보험이 있다면 이 상품에 가입할 사람이 있을까?

당연히 '아니'라며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하지만 '백신 접종 위험'을 담보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많은 이들이 상품에 가입을 서둘 것이다. 백신접종이 늘어나면서 부작용에 따른 '만약의 사태'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이런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얄팍한 장사를 벌이다 결국 3일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 3월 말부터 팔린 문제의 보험상품은 다름 아닌 '백신 보험'. 정식 명칭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다.

삼성화재와 라이나생명을 필두로 현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하나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NH농협생명 등 업계 13개 보험사가 모두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금융 플랫폼 토스는 지난달부터 '무료 백신 보험, 토스에서 받으세요!'라는 '백신 부작용 보험' 무료 제공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국민 백신 접종 시기를 노린 이들 보험사의 적극적인 판매에 지금까지 체결된 계약만 약 20만 건에 달한다.

문제는 이 보험이 '무늬만 백신 보험'이었다는 것이다. '백신 보험'과 '아나필락시스 보험' 뭔가 유사한 듯 하지만 완전히 다른 두 이름 사이에 보험사들의 얄팍한 상술이 숨어 있다.

먼저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약제나 꽃가루 등 외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 두드러기,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이라는 상품이 백신 보험으로 불린 이유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중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백신 보험으로 불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있다.

이 보험이 아나필락시스 쇼크 이외의 백신으로 인한 다른 부작용인 근육통, 두통, 혈전 등은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혈전은 사망까지 초래하는 중증 부작용으로 많은 이들이 백신 접종을 두려워하게 한 주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은 이 혈전 부작용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철저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험'이었던 것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인정된 사례는 전체 예방접종 건수 중 0.0006%(7월3일 기준)에 불과하다. 보험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극히 희박한데도 보장범위에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넣어 소비자를 우롱한 셈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응급의료 아나필락시스 진단비' 특약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획득 사실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삼성화재의 지난 3개월 간 보험금 지급 건수는 0건이다. 비슷한 내용의 보험을 팔았던 라이나생명 역시 아나필라시스 진단금 지급 사례가 극히 미미하다.

금융감독원은 3일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에 대한 5가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아나필락시스 쇼크 보장보험의 공포마케팅 및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한 보험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재찬기자 jc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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