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찰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펴냄


1860년 철종 11년 때 목수들이 포도청을 습격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희궁을 수리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목수들을 불러 모았는데 일종의 상납 관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목수들은 늘 포졸들에게 돈을 뜯겼다. 도급제여서 도목수들은 일정한 몫을 포도청에 상납해야 일을 제대로 할 수 었었다. 따라서 감시의 눈을 피해 물건을 빼내 파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한 목수가 쇠못을 빼내 팔려다가 잡힌 것이다. 이에 동료 목수들이 폭발했다. "못 쓰는 쇠못 몇개 빼냈다고 막 잡아가는 놈들이 어딨어? 걔내들은 우리 꺼 안 먹었어? 우리보고 다 죽으라는 거 아닌가, 안 그래?" 이들은 포도청으로 몰려가 닥치는 대로 때려부셨고, 눈에 보이는 포졸들을 무자비하게 난타했다.

조선시대 경찰 역할을 했던 포도청은 범죄자를 잡거나 다스리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였다. 이 밖에도 임금 호위, 불법 벌목 단속, 풍속 교정, 화재 방지, 암행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폐도 많았다. 포도청이 백성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탓에 사욕을 채우거나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목수들의 포도청 습격사건이 이를 잘 보여준다. 포도청은 구한말이 되자 근대식 경무청으로 바뀌게 된다. 나라가 망하면서 조선의 경찰 조직은 끝나고 말았다. 대신 일본식의 경시청이 생기면서 경찰에 대한 악랄한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광복 후에는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못한 채 우리나라 경찰은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민주화가 되면서 경찰의 이미지는 상당히 회복됐다.

책은 포도청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들여다 본다. 절도, 밀매, 밀도살 등 다양한 사건을 소개하고, 사건 해결 과정에서 포도청의 활약상을 다룬다. 포도청의 설치와 변천, 직무에 관해서도 자세히 살펴본다. 임꺽정 등 조선의 유명한 도적들 이야기도 담고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찰의 길을 걸었던 저자는 조선시대 경찰 조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분석했다. 방대한 사료와 자료를 수집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책은 "네 죄를 네가 알렷다!" 하며 곤장을 쳐대는 곳으로만 인식된 포도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아가 '조선경찰'의 광범위한 활약상과 제도적 허점, 조선시대 민중들의 삶, 권력자들의 횡포 등 당대 현실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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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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