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戰國)시대 진(秦)나라 효공(孝公) 때의 정치가 상앙은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치에 대한 백성들의 불신이 깊었다. 그는 묘책을 냈다. 남쪽 성문 앞 저잣거리에 3장(丈), 즉 9m 되는 긴 장대를 세운 뒤 이를 북쪽 성문으로 옮기면 황금 10냥을 준다고 포고문을 붙였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믿지 않았다. 그러자 상금을 50냥으로 올렸다. 밑져야 본전이라며 어떤 사람이 달려들어 옮겨 놓았다. 상앙은 약속한 대로 상금을 주어 백성들의 불신을 씻어냈다. 그리고 새 법을 공표했다. 하지만 새 법에 대해 백성의 불평이 많았다. 이때 태자가 그 법을 어겼다. 상앙은 법에 따라 태자를 가르치는 대부(大傅)를 처형했다. 다음날부터 백성들은 상앙을 믿고 법을 철저하게 준수했다. 나라의 질서가 바로잡혔고 천하통일의 기반이 다져졌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이른바 '대권 잠룡(潛龍)'들이 저마다 그럴싸한 약속을 내세워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한 허언(虛言)으로만 들린다. 내로남불이 판을 치고 거짓말이 참말로 둔갑한다. 자극적 언어로 경쟁자를 헐뜯기 바쁘다. 그야말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인 셈이다.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분히 하고,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고 답했다. 정치의 근본은 믿음이다. 신뢰를 잃으면 정치는 없다. 나라가 약속을 지켜 백성들의 믿음을 얻었다는 '사목지신'은 나라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정치인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인 듯 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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