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가계 부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고령층이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이 변변치 않은 고령층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일터로 나가야 하지만, 이들을 감당할 일자리 마련이나 복지 유지에 대해 정부나 정치권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
2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666조원으로 코로나 19전인 2019년 말 1504조6000억원과 비교해 161조4000억원(약 11%) 늘었다. 아파트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나 전세 대출, 코로나 19에 따른 생활자금 충당, 주식 및 코인 투자 수요가 몰린 탓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연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여서 가계의 금리 부담은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가계대출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이 72% 정도임을 고려할 때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은 11조8000억원 높아진다.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 데다 연금도 쥐꼬리라 높아진 가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고령층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령층 55∼79세 인구 1476만6000명 중 공적연금과 개인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714만1000명으로 절반이 안 되며 이들의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이었다. 연금 수령액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10%가 채 안 된다.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고령층도 762만5000명에 달했으며 연금을 받는 고령층도 소득 대체율이 20%에 불과해 연금 만으로는 생활이 불가하다. 그러나 이들은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일터에서 쫓겨난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할 당시 평균 연령은 49.3세이며 이런 고령층은 524만5000명에 달했다.
고령층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정년 연장이나 고용 보장 정책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대선 후보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한 표라도 더 확보하겠다며 2030 세대를 위한 대책이나 공약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것과 대조된다.
우리나라와 이웃관계인 일본이나 중국은 고령층의 정년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민간기업 정년이 65세인 일본은 올해 4월부터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정년보다 5년 더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의 노력 의무를 규정한 '고(高)연령자 고용안정법'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치 않고 지난달에는 36년 만에 국가공무원법을 수정해 공무원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오는 2033년 65세까지 늘리기로 했다.
중국은 정년 연장과 관련해 과도기를 두고 1년마다 몇 개월씩 점진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현재 정년 연령은 남성의 경우 60세, 여성은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직종이 각각 55세와 50세로 규정돼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