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가격 경쟁력 갖췄지만 코로나 여파로 손님 발길 끊겨 전통시장 장점 살리며 변화 노력 배달 어플 통해 소비층 넓이고 VR 제작 등 문화 콘텐츠 강화 노후구역도 숲·정원으로 탈바꿈
지난 23일 낮에 방문한 용산 용문시장. 무더운 날씨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에도 불구하고 장을 보러온 주민들을 볼 수 있다. 디지털타임스 임재섭 기자.
풀뿌리상권 살려내자
서울 용산구 '용문전통시장'
"여기 메밀 물국수 한 그릇하고, 메밀 비빔국수 한 그릇 주세요".
코로나 19로 인한 4단계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시장은 예전처럼 북적거리지 못하고 있지만, 전통시장들은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채 여전히 손님들을 맞이한다. 주문을 받은 메밀국수집의 주인은 꽤 큰 대접에 시원한 얼음이 샤베트 처럼 소복하게 쌓인 메밀 국수를 내놓는다. 갈은 무와 겨자, 그리고 메밀면이 한가득 담겨 있는 국수를 포만감이 들 때까지 먹었는데도 여전히 시원한 국물이 남았다. 서울 도심 속에서 '후덕한 시골 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서울의 한 가운데 있는 용산구. 그중에서도 서울역·마포·용산 등 굵직한 '핫 플레이스'와 밀접한 자리에 있는 용산 용문시장은 옛날 재래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안고 있는 몇 안되는 서울내 시장이다.
6호선 효창공원역 등 지하철역이 인접해있고 근처에 마을버스를 비롯한 버스노선도 잘 갖춰져 접근성도 매우 뛰어나지만, 막상 도심 한복판에 걸맞지 않은 나즈막한 건물들이 줄줄이 늘어서 지역 주민을 반긴다. 신도시에서도 대형 건물들이 여러채 늘어서 상권을 형성하는 모습이 흔하다는 점을 가만하면 이색적인 풍경이다. 시장 내 가게들도 김밥, 반찬, 채소, 과일, 족발, 닭강정, 옛날 통닭 등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뉴들이 주를 이루면서 주변의 이마트, 아이파크몰 백화점 등 현대 대형 상권들과 조화를 이룬다. 1948년부터 문을 연 것으로 알려진 용문시장은 그렇게 대한민국의 역사 70 여년과 함께 호흡했다.
◇접근성 편하고 친근한 시장= 200여 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는 용문시장은 전통시장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거대 상권과 경쟁하기 위해 편의성 제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싱싱나라 김밥', '미쁨김밥' 등 용문시장의 명물 중 하나로 꼽히는 '2000원 김밥'을 판매하는 점포에는 낮에도 김밥을 구매하려고 줄이 늘어서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이런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이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한 데 끌어모으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위성적이지 못하면서 비싸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해온 셈이다.
그러면서도 프렌차이즈가 아닌 점포들도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 등 유명 배달 어플에 적극 진출하면서 거리의 한계를 뛰어넘고 젊은 층으로 소비층도 넓히고 있다. 편리한 도심지의 교통을 적극 활용해 새 기회로 만든 것이다.
또한 용문시장의 거의 모든 점포가 제로페이 및 온누리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침체돼 있는 상권들의 경우 상인들이 뭉치지 못하고 각자 다른 규칙을 적용하면서 소비자가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발생하는 상황이 많은데, 용문시장의 경우 점포들이 높은 참여율을 보이며 뭉치면서 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의 전통시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용문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던 비결이다.
◇노후화된 건물과 부족한 주차공간은 한계= 다만 직접 방문해 둘러본 전통시장에서는 여러 전통시장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였던 한계도 눈에 들어왔다. 워낙 오랜 기간 유지된 전통시장인 탓에 곳곳에서 노후화된 건물과 천막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이 장을 보는 도중 쉴 수 있도록 배려한 벤치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둘러앉으면 20여 명 정도는 앉을 수 있는 벤치가 시장 초입에 마련돼 있기는 했으나, 한 자리를 건너 '이 자리는 비워주세요'라는 딱지가 붙었다. 바로 옆에는 '매일 매일 시장 전 구역 방역소독을 실시한다'는 팻말이 서있고, 그 옆에는 손소독제가 준비된 테이블이 있었다. 장을 보다가 쉬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대수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용문시장은 하루에만 3000여 명이 찾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시장 주차장은 10대 정도 주차할 수 있다. 특히 가장 가까운 주차장(보은주차장)을 이용할 때에는 2만원 이상 구매해야 2시간 무료 주차권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에 좁은 도로 폭으로 인해 동선이 길 수밖에 없는 것도 단점이다.
지역상품권으로만 구매가 가능한 시장 배달 어플의 경우에는 인지도가 떨어지고 소비자가 부담할 배달비용이 다른 배달 어플과 큰 차이가 없어 경쟁력이 많지 않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주차난에 시달리고 배달에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팔 걷어붙인 시장-중기부-용산구…온라인 강화로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때문에 최근에는 시장 상인들은 물론 중소벤처기업부와 용산구도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바닥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전통시장 살리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각도의 사업이 추진되는 가운데, 용문시장 살리기의 핵심은 '온라인 배달 촉진'이다.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살리면서도 방문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전통시장의 숙제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해법이다.
용문시장은 중기부가 추진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디지털 매니저 사업에 선정됐다. 디지털 매니저 사업은 시장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식재료·반조리 제품을 당일 배달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이를 전담하는 '디지털 매니저'를 전통시장 및 상점가에 배치해 사업 추진까지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매니저 사업의 경우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하면서 용문시장을 방문, "중기부의 디지털매니저 제도가 전통시장 매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다양한 이벤트 계획도= 나아가 용문시장은 최근에는 중기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시, 용산구가 함께 추진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에도 선정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시장 입구의 1·2문 게이트를 스토리텔링해 리모델링하는 기반시설 개선 사업 △비주얼 상세 페이지 제작 교육, 라이버 커머스, 용문시장 유투브 제작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 △이벤트 등 시장경쟁력(문화 콘텐츠) 강화 △전통시장 VR 제작,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마케팅 사업 △다다익선(가격·원산지 표시, 위생청결) 사업 추진 등이 있다.
문화 콘텐츠의 강화 사업의 경우 MZ세대에서 채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과, 주변에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층이 많이 거주한다는 점에 착안해 용문시장에서 채식요리 레시피에 따라 온누리상품권으로 장을 본 뒤 상인 교육장에서 함께 요리하고 나누어 먹으며 전통시장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행사도 할 계획이다.
특히 용문시장의 경우 '도심에서 찾은 자연주의'를 컨셉으로 용문시장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한 파급효과가 사업 종료후에도 이어지게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후화돼 미관상 좋지 않았던 구역들도 숲이나 정원 이미지로 바뀔 계획이다. 또한 온라인 시장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용문시장의 맛집을 '밀키트'로 제작, 전국 배송으로 판매해 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글·사진=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23일 낮에 방문한 용산 용문시장. 시장 초입에 매일 시장 전구역에 대한 방역·소독을 실시한다는 문구가 적혀있고 손소독제가 놓여있지만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무더운 날씨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에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지털타임스 임재섭 기자.
용산 용문시장 위치 약도. 효창공원 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다. 용산구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