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아이앤나 대표
이경재 아이앤나 대표
이경재 아이앤나 대표
생명을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은 경이롭고 신비하며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인 희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에 약 10개월의 임신기간이 산모에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주변에서 건네는 임신 축하 인사말과 경험담, 여러가지 조언들은 오히려 산모들에게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과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매우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임신 출산 육아 시기의 산모 건강은 태아와 신생아의 건강만큼이나 잘 챙겨야 한다. 그래야 망국의 초저출산의 현상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

필자가 아이보리 서비스를 운영하며 많은 산모와 육아 맘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건강한 육아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과 산모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음이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만 건강하게 키우면 본인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명백히 틀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자식을 돌보고 키우는 것처럼 아기 엄마인 나의 건강과 감정도 소중하게 돌보고 가꿔야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은 여성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보통 출산 후 4주 사이부터 나타나는 '산후우울증'인데 이러한 '산후우울증'의 원인을 심리적인 요인으로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처하는 것은 다소 위험한 생각이다. 사람의 육체와 정신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정신이 육체를, 육체가 정신을 서로 간섭하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 이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 육아를 하며 생긴 심리적 부담과 함께 체내 피로도 등이 누적되면 뇌 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으로 신체적 기능이 떨어지고 자율신경의 조율이 힘들어져 결국은 심리적인 균형이 무너지는 증상이 바로 '산후우울증'이다.

'산후우울증'을 단순히 임산부가 잠시 심적으로 힘든 상태로 인지하고 지나치기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 가족구성원 모두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산모에 대한 직접적인 물리적, 정신적 도움 역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산후 산모의 육체와 정신 건강관리는 여성의 평생 건강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이다. 증상이 있기 전에 적극적으로 산후조리를 하는 것이 좋고, 출산 직후부터 시작해야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출산과 육아의 주체인 여성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우선인 만큼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출산 후에 운동하는 것은 기분 전환, 활력 증진, 체중감소에 효과적이어서 산후우울증을 해소시킨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교감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법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엄마와 아이 간의 정서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육아로 인해 시간이 부족한 산모들이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남편과 가족들이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보리의 육아 다이어리 서비스를 준비하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모든 산모들이 처음 임신 소식을 접하며 병원에서 받는 산모 수첩이 있다. 이 수첩은 이름은 산모 수첩이지만 실상은 아기 수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모는 이 수첩에 온통 아이를 위한 내용만을 적는다. 산전·산후·분만 관리부터 출산 후 아이의 성장과정을 기록하는 육아 다이어리 등은 오로지 아이를 위한 기능만을 목적으로 한다.

이전에는 아이를 위한 마음이라는 명목 하에 이러한 산모 수첩의 용도가 당연시 되어왔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앞으로는 임신과 출산, 육아의 주체인 '여성' 그 자신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제 육아의 시선을 오로지 아기가 아닌 산모인 나에게도 맞추어 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 심리상담이나 강연 등이 제한된 환경이라 산모들의 마인드 컨트롤이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이럴 때일수록 산모도 육아도 아닌 여성으로서 나를 위한 다이어리에 개인의 체력 수준이나 건강회복을 위한 규칙적인 운동 플랜, 그날의 감정 등을 기록하며 스스로 나를 케어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너무 뻔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말을 정말로 좋아한다. 곱씹을수록 진실된 말인 동시에 임신·출산·육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엄마의 행복'을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엄마들에게 오늘부터라도 아기를 위한 건강기록 뿐 아니라 엄마인 나를 위한 다이어리 기록으로 매일의 순간들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는 경험을 시작하자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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