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있다.<화면 캡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있다.<화면 캡처>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룡 넷플릭스가 거침 없는 기세로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낸다.

후발주자인 디즈니플러스 또한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글로벌 업체들의 미디어 시장 독과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료방송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열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글로벌 OTT 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는 가운데, 국회 법률 개정과 별개로 현행 법 체계에서 가능한 개선작업을 빠르게 한다는 방침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방송진흥정책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료방송의 VOD(주문형비디오) 수익이 빠지고 매출이 줄면서 유료방송 시장 '머니게임'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OTT가 규제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자율성을 키우고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OTT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총 6개 분야 24개 항목으로 구성한 개선안은 유료방송 전반에 적용되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골자다. 유료방송 사업에 대한 소유·겸영 규제 완화와 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절차 개선, PP 등록제도 개선, 요금 자율성 확대 등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채널 운용 자율성 확대가 눈에 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채널 번호를 1년에 한 번 정기개편 때나 바꿀 수 있다. 정부는 채널번호 변경 횟수를 연 2회로 늘리기로 했다.

유료방송사업 M&A 활성화를 위해서는 변경허가·승인등록 절차 개선에도 나선다. SO의 방송범위도 확대돼 SO 또한 해설과 논평,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IPTV는 직접사용채널 운용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VOD 이용요금 인상을 신고제로 전환하고, SO·위성방송의 '상한 요금제'를 IPTV와 동일하게 정액 요금제로 전환한다. 유예 기간은 2년으로 설정한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서두르는 것은 시장의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매출은 지난해 6조7000억원 규모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성장 정체 상황이다.

특히 SO의 매출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그 틈새를 2018년 흑자로 전환한 IPTV(인터넷TV)가 메우는 모양새다. 유료방송 사업자의 기세가 기운 가운데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유료방송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는 올해 국내 콘텐츠에 약 5억 달러, 한화 약 5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머니게임' 혈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기존의 유료방송에서 VOD로 단계적으로 유통하는 구조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낡은 관행이 됐다. CJ ENM과 IPTV간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 또한 OTT의 대중화에 따른 후폭풍으로 꼽힌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이슈 또한 해결 과제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지난 15일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 같은 넷플릭스의 독주에 유료방송 사업자는 속수무책이다. 법적 근거 미비 때문이다.

OTT는 통신·방송사와 달리 전기통신사업법상 사전진입 규제가 낮고, 사후 규제 중심인 '부가통신사업자'로 규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움직임에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환영하는 모양새다. 최소 수준이라도 단기적이고 실행 가능한 규제 완화 방안이 시장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유료방송 업계 한 관계자는 "현행법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돼 있는데, 플랫폼들이 경쟁력을 급격하게 잃고 있는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연내 후속 액션 플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 OTT는 콘텐츠 노출이나 알고리즘 등 규제가 없는 반면 현재 유료방송은 채널 형성 탄력성 등이 부족해 콘텐츠 파워에서 경쟁이 될 수 없다"며 "유료방송에 채널 구성 자율권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등 단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찾아낸 것은 환영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는 "우리나라 방송은 재허가 관련해 매번 심사 때마다 절차가 너무 많다"며 "채널 구성 규제나 이용요금 승인 제도 또한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전근대적인 규제"라고 말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터넷, SNS, 라이브커머스 등으로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지만 국내 방송들은 엄격한 심의기준에 발목이 잡히고 디지털 소통수단이 부족한 가운데 광고 수익과 홈쇼핑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유료방송 제도 개선은 늦었지만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문연 전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장은 "콘텐츠 사용료 배분 구조나 송출 수수료 부분이 논의에서 빠진 부분이 아쉽다"며 "콘텐츠 사용료 배분 문제는 다른 이슈와 맞물린 부분이라 함께 합의하고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현안인 유료방송 사업자와 대형 PP 간 콘텐츠 이용대가 갈등에 대한 대책이 빠져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와 '유료방송업계 상생협의체'에서 별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김나인기자 silkni@

유료방송사 가입자 현황(단위 : 만 단말장치·단자, 만 세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유료방송사 가입자 현황(단위 : 만 단말장치·단자, 만 세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나인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