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완성차 업계에 모처럼 노사 화합의 훈풍이 전해졌지만, 여전히 찬바람이 더 거세다.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 노사가 극적인 합의점을 찾으며 3년 연속 무분규 수순으로 가고 있지만, 기아와 한국GM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파업 수순이다.
업계에서는 회사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현대차 발 훈풍이 다른 완성차 업체들까지 영향을 줄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예고한대로 이날 하루 전반조와 후반조로 나눠 각 2시간씩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앞서 노조는 이달 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6.5%로 가결됐으며,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 결정으로 파업 등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사측의 태도 변화를 보면서 투쟁지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아 노조는 전날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8차 본교섭을 진행한 뒤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기아는 오는 23일 쟁의 발생 결의, 28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중노위 조정 결과에 따라 쟁의행위 돌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자동차의 경우 오는 22일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은 아직 작년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로, 지난 5월에는 노조가 총파업에 나서자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다만 현대차 노사의 극적 합의가 다른 업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지 여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날 오후 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간 결과, 임금 인상폭을 기존보다 상향 제시하면서 노조가 요구해 온 미래 협약 부문에 대해서는 '산업전환 대응 관련 미래 특별협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여기에는 국내공장 및 연구소에 지속 투자키로 하고,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 시장상황이나 규제·생산방식 등이 충족될 경우 국내공장에서 양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신 노조가 강력하게 주장한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인사·경영권에 대한 부분은 사측의 '수용불가' 원칙에 따라 제외됐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27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가결될 경우 여름휴가 전에 마무리된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번 합의안이 전반적으로 성과 보상보다는 고용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밀레니얼+Z세대를 합친 말) 노조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낼 지 미지수로 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작년에도 잠정합의안을 52.8%의 찬성률로 간신히 가결시킨 바 있다.
또 기아와 한국GM 노조는 작년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타결과 별개로 부분 파업을 벌이는 등 12월까지 교섭을 끌어간 전례가 있어 '각자도생'을 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한국GM·르노삼성의 경우 현대차·기아와 달리 해외 본사 지침에 맞춰야하는 측면이 있어 정년 연장은 물론 미래 확약 등도 쉽지 않다. 여기에 한국GM은 7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르노삼성은 작년 8년 만에 적자를 내는 등 경영 여건이 좋지 못해 현대차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임단협 타결 여부는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끼치는 부분"이라면서도 "정년 연장은 수용되기 어려운 부분인 데다 각 사가 처한 경영 여건이 다르다는 점에서 코로나·반도체 부족 등의 상황을 고려해 협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14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 대한 제14차 교섭을 갖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