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새 임대차 3법이 주거 안정을 제고시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7월 말 임대차법을 시행한 뒤 1년 만에 전세 시장이 안정됐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홍 부총리가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갱신율이 높아지고 임대차 거주 기간이 증가하는 등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제고됐다고 평가하자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임대차법 시행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대표 아파트 단지 100곳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 계약 갱신율이 법 시행 1년 전 평균 57.2%에서 시행 후 77.7%로 상승했으며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은 법 시행 전 3.5년에서 시행 후 5년으로 증가해 주거 안정성이 제고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올해 6월 1만3000여 건의 갱신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 가운데 63.4%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으며 갱신계약 중 76.5%(1만여건)는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홍 부총리가 공개된 회의 석상에서 발언하고 국토부가 보도설명자료로 배포했다.

국토부는 자료를 통해 "임대차법 도입 초기 일부 혼선은 있었으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평가와 달리 시장은 싸늘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이 분명 혜택을 받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세 매물 품귀, 전셋값 급등으로 다 피해를 봤다"며 "잘된 것이 하나 있다고 이렇게 생색을 내면 피해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당장 2년간 주거 안정을 보장 받았다하더라도 기존과 달리 4년마다 크게 오른 임대료 인상을 맞닥뜨리면 세입자가 받는 충격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대차법으로 혜택을 누리고 계신 분을 찾는다"는 조롱 섞인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토부는 이날 서울의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정책 효과를 홍보했지만, 언론이 임대차법 시행 전후 전셋값 비교를 위해 요청한 100대 아파트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단지가 공개될 경우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이유인데, 국토부는 정작 이날 보도설명자료에 임대차 가격 관련 정보는 전혀 담지 않았다.

정부가 임대차법 시행 후 '임대료 인상률이 낮아졌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계약갱신이 이뤄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며 실제 현장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현장에서는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전세 물건이 크게 줄었고 집주인들이 계약 연장을 고려해 4년 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전체 세대 수가 9510가구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법 시행 전인 작년 6월 전용면적 84㎡ 전세가 보증금 9억3000만원에 계약됐는데, 올해 6월에는 12억∼12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써 1년 새 임대료가 2억7000만∼3억2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29∼34% 뛴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던 강북 지역에서도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전용 79㎡가 올해 6월 5억원에 계약돼 법 시행 전인 작년 7월 2억9000만∼3억2000만원과 비교해 1억8000만∼2억1000만원 뛰었다. 상승률로 계산하면 56∼72% 수준으로 급등했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 등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세입자의 경우 당장 전세 걱정은 덜었지만, 2년 뒤 새로 전셋집을 구할 경우 급등한 전셋값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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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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