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 저서 '선택할 자유'에 "신념 정확히 같아"
'나쁜 규제' 타파 강조…"경제주체 정보비용·거래비용 낮추는 착한 규제만 남겨야"
부동산 관련 "文정부 주택 소유욕 불인정, 국민 임차인 만들려 해" 역설

지난 7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월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범(汎)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가 자신의 신념과 '정확히 같다'고 재확인하면서 "(검사 시절) 프리드먼의 주장을 소위 공권력을 제어하는 데 많이 써먹었다"며 "나쁜 규제는 없애야 한다"는 지론을 내세웠다.

윤 전 총장은 19일자로 공개된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소위 '작은정부론'에 입각한 경제 정책·질서 관점을 드러냈다. 그는 '역대 정권이 규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물음에 "시장의 신뢰, 투명성을 위한 공정한 룰은 필요하다. '정보(비대칭 완화)비용'과 '거래비용(거래행위 자체에 수반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한 규제는 '착한 규제'인 반면 (경제활동 등의) 내용 자체를 건드리는 규제는 '나쁜 규제'"라고 답했다.

나쁜 규제의 예로는 "공무원들이 현실을 망각하고 과도하게 콘텐츠를 규제하면 (콘텐츠) 시장의 투자 의욕이 완전히 꺾인다. (부동산 시장도) 집 하나 지으려고 해도 온갖 심의 다 거치느라고 수개월, 수년씩 걸리지 않나. 규제를 할 때마다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참여해 계속 제동을 거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의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규제나 안전 관련 규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집값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동산 정책 실패에 관해 "이 정부는 수요와 공급에서 수요만 억제하려고 한다. 그러니 양도소득세를 과도하게 부과하는 등 세금 정책만 썼는데 이게 효과가 있었나"라며 "사람들의 집에 대한 소유욕을 인정하지 않고 억제만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공급"이라며 "(일부 선진국처럼) 우리도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정책 비판 논거로는 "지금 하는 식으로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만들면 무엇을 하겠나"라며 "입주해서 불편하지 않게 살려면 10년이 더 걸리는데, 그동안 공급은 되지 않는다. 서울 도심, 핵심지의 용적률을 대폭 풀어줘서 주상복합의 형태로 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 롯폰기 등을 보면 용적률을 2000% 가까이 풀어주며 개발을 유도한다"고 예를 들었다.

집값 폭등에 따른 청년세대 상실감 문제에 대해선 "청년들에겐 특히 대출규제를 대폭 완화해줘야 한다. 생애 첫 번째 대출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파격적으로 높여줘도 된다. 청년 세대는 살 날이 많은 세대이고, 일할 날도 많기 때문에 부채상환능력이 훨씬 더 높은 '부도 날 확률이 적은' 세대"라며 "이들에겐 LTV 규제뿐 아니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이들도 집주인이 되게 해줘야 한다. 이 정부는 맨날 사람들을 임차인으로만 살게 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된다. (현 정부는) 인간의 기본 욕구나 시장의 생리를 너무나 모른다"고 역설했다.

기업 문제와 관련, 윤 전 총장은 '검사 시절 기업 수사를 많이 벌여 기업들의 불안도 적지 않다'는 지적엔 "공정한 경쟁에서 반칙을 한 것에 대해 사법처리를 안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검찰의 대기업 수사 때 처음엔 기업 주가가 출렁하다가도 다시 올라가는 건 리스크가 제거된 덕분이 아니겠나.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건 기업 가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기업 경영진 처벌이 과도하다는 시각엔 "경영진을 직접 사법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부분 동의했다. 그는 "개인을 형사처벌하기보단 법인에 고액 벌금을 부과하는 등 법인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형사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미국 월가에선 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체제)를 강화한 덕분에 CEO(최고경영자)가 망신당하는 식의 수사가 아니어도 조용하고 내실 있는 통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개인을 처벌하기보다 법인을 처벌하면 이후 주주들이 경영진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라며 "기업 입장에선 조직 와해 없이 경영진 관련 형사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경영진의 해이 문제에 대해선 주주들이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윤 전 총장은 일자리 창출 해법으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게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고용 보호가 지나치다. 그러니 (기업들이) 자꾸 해외로 나가려고만 한다"는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민권법상 위배 조치'만 없다면 해고가 자유롭다. 언제든 해고할 수 있되, 해고 과정에서 부당한 차별이 있었다면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을 인정해준다"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까지 하자는 것은 아니다. 회사 생존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거나, 회사가 수익구조 개편을 위해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부를 만든다거나 할 때는 해고나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노동유연성만 확보해도 기업이 훨씬 사업하기 좋아지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지금처럼 나서서 혁신하지 않아도 알아서 혁신이 된다"고 자신했다.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실패한 정책"이라며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52시간 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서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하더라.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스타트업 육성단지 '팁스타운'을 방문해 청년 창업가들을 만나고, "국가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역동성인데 경제 역동성을 주기 위해서는 자유를 줘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낸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기업 상속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엔 "선진국은 상속세든 증여세든 배우자나 자녀 관련 공제도 많고, 장기 분할납부 제도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것들이 부족하다"며 "특히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자녀에게 상속할 때 가장 많은 게 주식 상속인데, 상속세를 내려고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상속세 내려고 시장에 주식을 내놓으면 주가가 폭락해서 회사가 안 좋아지고 악순환"이라며 "우리도 상속세는 장기 분납이 가능하게 해주는 등 선진국에서 시도하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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