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대권 판도가 출렁이며 격변하는 가운데, 보수야권의 대선 구도가 4·7보궐선거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제3지대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5일 전격 입당, '국민의힘 자강론'에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단계 단일화 가능성이 커지는 구도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비슷한 추세로 흘러갈지 정치권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최 전 원장은 이날 '평당원' 자격으로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전날 권영세 국민의힘 대외협력위원장을 만날 때만해도 입당 여부와 시기에 대해 "숙고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던 그가 대선 출마선언문도 쓰기 전에 국민의힘의 문부터 두드린 것이다. 이로 인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의 입당에도 변수가 생겼다. 바로 입당할 경우, 최 전 원장에 따라가는 형국이 되는 만큼 두 사람이 당분간 입당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가 정 반대되는 행보를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윤 전 총장의 경우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진보성향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등 외연 확장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때문에 윤 전 총장이 계속 이런 행보를 지속할 경우, 결국 먼저 외연확장으로 제3지대의 지지를 두텁게 확보한 뒤 막판에 국민의힘 최종후보와 1:1 단일화를 노리는 시나리오를 그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 시나리오의 경우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최근 계속 약세를 보이는 추세여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최 전 원장의 경우 낮은 자세로 국민의힘에 모습을 보인 것에 국민의힘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당원'으로 입당하는 입당식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현장을 찾아왔을 뿐 아니라,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의원 등 차기 대선 주자들의 환대를 받으며 입성했다. 향후 지지율이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반문 연대의 상징을 택한 '톱 다운' 방식의 통합을 구상한다면, 최 전 원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자강을 기반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다운 톱' 방식의 길을 택한 셈이다.

이런 흐름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야권의 구도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비슷하게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4·7 보궐선거 역시 안 대표가 중심이 돼 3지대 후보들과 단일화를 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심이 된 국민의힘 후보가 보수 야권을 하나로 뭉친 뒤 1:1 단일화를 하는 방식으로 '반문연대'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경우 레이스 초반에는 안 대표가 외연과 확장성 면에서 보수 야권 후보로 적합하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고전하던 국민의힘이 당내 강성 지지층까지 아우르는 나경원 전 의원과 중도적인 색채도 보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후보로 내면서 관심을 키우는 데 성공했고, 결국 국민의힘이 오 시장을 후보로 결정한 뒤에는 안 대표를 넘어서는 지지를 받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본다면 윤 전 총장은 4·7 보궐선거에서 3지대를 상징하던 안 대표, 홍준표 의원 등을 당내 두터운 팬덤이 있다는 측면에서 나 전 의원에 비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국민의힘 지지층이라는 점은 4·7 보궐선거 초반의 안 대표와 비슷하게 비치는 부분이 있다. 당시에도 안 대표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면서 "6·11 전당대회 등 최근 국민의힘이 치른 여러 선거들처럼 대세론이 굳어져 있는 선거보다는 없는 선거가 흥행에 유리했고 결과도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 내 여러 후보들이 경쟁하는 것은 당 전체로 보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15일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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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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