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與대표 "헌정사 나쁜 선례, 공직기간 정치행위·사전선거운동 의심"…대변인은 "조직 망치고 나와 국민 대표 어불성설" 정세균 "배신자 실패" 박용진 "염치없어" 이낙연측 "野 무책임"…정의당은 "탈원전 정쟁화 책임 사과하라" 공세
송영길(오른쪽에서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세종시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세종특별자치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범(汎)야권 잠룡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공직 사퇴 17일 만인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자 여권에서 잇따라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한 장관급 이상 고위직 인사 중 제1야당 입당한 건 최 전 원장이 처음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 예산정책협의회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에 "우리 헌정사(史)에 아주 안 좋은 사례"라며 "권력기관의 정점에 있던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이 대통령후보로 나가버리면 그동안 자신의 모든 행위가 정치적 행위이자 사전선거운동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본인이 어느 정당에 가입하느냐는 헌법적 권리라서 그분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몇 가지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겨냥했다. 일례로 최 전 원장이 재임 중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현 검찰총장)의 친여(親與)성향을 이유로 감사원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사전에 야당정치인이 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진욱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최 전 원장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할 장본인이었다"며 "감사원장 임기 중 사퇴하고 곧바로 정치권에 입당한 것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반(反)헌법적 사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런데도 대권 욕심에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망치고 대선에 출마하겠다니 이런 분이 국민의 대표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은 최 전 원장에게 '배신' 프레임으로 맹공했다. 최 전 원장은 재임 중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경제성 평가절하 조작 의혹으로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SNS에 "국민 배신, 신의 배신, 원칙 배신, 감사원 배신이다. 배신자는 실패한다"고 적었다. 박용진 의원은 "고위공직자로서 염치가 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배재정 전 의원은 "'얼씨구나' 하고 두 팔 벌려 환영한 국민의힘도 함께 무책임하기는 매한가지"라고 쏘아붙였다.
정의당에서도 최 전 원장 비판에 가세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 전 원장이) 본인의 지향에 맞는 정당을 택하는 것도 당연한 자유이고 권리"라면서도 "중도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 데 대해 적어도 입당 전에 책임 있는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판에서 또다시 '탈원전 정책'을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