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의원 "영재학교, 과학기술분야 인재 양성하려 국민 세금으로 운영…설립취지 어긋나" 최근 3년간 영재학교 졸업생의 12.9%가 '의약 계열' 대학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세금을 지원하고 있는 영재학교 졸업생들의 의약계열 지원은 학교 설립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3년간 전국 8개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약 계열 지원 및 입학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8개 영재학교 중 7개교(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대전과학고, 대구과학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광주과학고) 학생들의 의약 계열 '지원자'는 모두 270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생(2094명)의 12.9%에 해당한다. 실제 의약계열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졸업생의 8.5%인 178명이었다.
의약 계열 진학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서울과학고였다. 서울과학고는 3년간 졸업생 371명 중 88명(23.7%)이 의·약대로 진학했다. 4명 중 1명꼴이다. 그 다음은 경기과학고로 10명 중 1명(3년간 졸업생 373명 중 34명, 9.1%)꼴이었다.
반면, 한국과학영재학교의 경우, 2013학년도부터 의약 계열 진학 시 졸업을 취소하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결과, 단 한 명의 지원 및 진학자도 나오지 않았다.
과학고 등 영재학교는 과학기술분야 인재양성 취지에 맞도록 학생들의 의약계열 진학을 막고자 모집요강에 '의약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지원은 부적합하며 진학 시 불이익'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매년 가장 많은 의약 계열 진학자가 나오는 서울과학고의 경우에도 2020학년도부터 △의약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일반고 전학 권고,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교내대회 시상 제한 등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이익 조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약 계열로 진학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약대 진학을 사실상 근절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강 의원은 "그동안 영재학교 재학생의 의약 계열 진학은 과학기술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설립 목적에 반하는 행위"라며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영재학교가 운영된다는 점에서, 영재학교 취지에 맞는 운영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