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당정합의 뒤집고 새 당론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 폭 늘듯 홍남기 "국채발행 힘들다" 단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이억원 제1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당정 합의를 뒤집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당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마련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대폭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약 3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기존 편성한 2차 추경 사업 지출을 삭감하거나, 2조원 국가채무 상환 방침을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 폭도 늘릴 예정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에서 (추경을) 일정 부분 증액하면 재원 마련이 불가피해 고민"이라면서 "다만 적자 국채를 추가 발행하긴 어렵다고 보고, 추가 (재정) 소요에 대해선 기존 정부 예산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포함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초 소득 하위 80%에 1인당 2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정 10조4000억원을 반영한 2차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를 열고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 국민에게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2차 추경안은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하지만 나라살림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재정 운용은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해서 따라가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지원 예산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야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 상황이 급변한 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두텁게 지원할 수 있도록 2차 추경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차 추경안에 따르면 집합금지·제한조치를 받은 소상공인 113만명에 최대 900만원을 지원하는 희망회복자금 예산은 3조2500억원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은 6000억원이다. 여야는 두 예산 모두 증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번 추경이 통과되면 국가채무가 연말 963조9000억원까지 불어나는데,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추경 재원 중 2조원을 국가채무 상환에 배정했다.
하지만 여야 주장대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80%보다 확대되거나, 소상공인 피해지원 예산이 늘어날 경우 추경 증액이 불가피하다. 여당은 코로나19 위기를 고려하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적자 국채를 발행해도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는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2조원 국채 상환이 그렇게 시급한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31조5000억원을 초과할 것이라고 해서 추경을 하는 것인데, 그 중 10분의 1도 안 되는 2조원 정도는 국가채무 상환에 쓸 필요가 있다"며 "국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국제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소비 진작 목적으로 편성한 '신용카드 캐시백' 예산을 전국민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돌려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방역 상황에 따라 지금은 아니더라도, 올해 경제 어려움을 감안하면 (신용카드 캐시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