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공적 영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적 영역, 특히 배우자의 과거 사생활이라든지 직업의 귀천, 이런 게 과연 검증의 대상인가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쥴리 풍문을 내버려두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또 ‘뭔가 있으니까 부인을 못 하겠지’라고들 할 것…이런 현실이 굉장히 ‘웃프다’”

이언주 전 국회의원. 이언주 의원실 제공.
이언주 전 국회의원. 이언주 의원실 제공.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차라리 '나는 내 아내가 쥴리였든 아니든 변함없이 사랑합니다'라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할 때 훨씬 더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전 의원은 13일 오전 방송된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 '쥴리 의혹' 관련 "우리 사회의 추악한 이중성을 엿보는 듯해서 영 불편하다"고 비판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가족도 공적 영역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적 영역, 특히 배우자의 과거 사생활이라든지 직업의 귀천, 이런 게 과연 검증의 대상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직업 관련해서 일자무식한 사람이라도, 또 재산이 없어도 우리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하면 대통령도 되고 영부인도 되는 게 자유민주주의 우리 국가"라며 "쥴리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이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윤 전 총장 겨냥 "대통령의 가족도 국가의 얼굴이다. 국가의 얼굴다운 품격, 신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해 "고리타분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민주당 대선 후보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윤 전 총장 결혼 전에 일인 김씨 과거사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이 지사의 태도가 더 공감 간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 사회가 남자의 유흥은 눈 감아도 여자의 과거는 들춰보는 이중성을 갖고 있지 않는가"라며 "(김건희씨의 '쥴리' 의혹은) 해명할 가치도 없는 풍문인데 그걸 굳이 해명해야 하는 현실이 굉장히 서글픈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씨가) 오죽했으면 해명 인터뷰를 했겠느냐"며 "가부장적 현실에서 선입견에 부딪히기도 하는데, 시대가 변한 만큼 우리가 개인적인 취향을 얘기하는 것하고 공인으로서 밖에서 얘기할 사항하고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래서 쥴리 풍문을 내버려두면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또 '뭔가 있으니까 부인을 못 하겠지'라고들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이 굉장히 '웃프다'(웃기면서 슬프다)"고 전했다.

진행자가 '설이 돌고 있는데, 혹시 설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될 건 없다는 말인가'라고 질문하자, 이 전 의원은 "지지의 잣대로 각자 판단할 수 있지만 공인인 정치인들이 방송이나 언론에 나와서 말하는 것은 낯 뜨겁다"고 답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룸살롱 사건'을 언급하며 "정치하시는 남성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를 하시라, 부끄럽지 않느냐, 누가 누굴 비난하시느냐, 왜 수군거리냐,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전날 이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쥴리? 아내의 과거에 대한 공방, 사실 여부를 떠나 누가 진짜 속물인가?"라며 "불법이나 권력남용 등 공적으로 문제 되는 사안이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나 그 배우자라면 응당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배우자의 과거 사생활이나 직업의 귀천까지도 검증의 대상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 글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신분제 사회가 아니다. 일자무식한 자라도, 재산이 한 푼도 없어도 그럴싸한 직업이 없어도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하면 대통령도 되고 영부인도 되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아닌가?"라며 "대통령 부인의 자격이 되는 직업이 따로 있었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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