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출발한 尹 1강 유지 속 崔 여론조사상 상승세 점쳐져 尹-崔, 현 정권 사정기관 정점 올랐다가 反文인사로 변모 장외 단일화 점쳐졌으나 경쟁무드 돌입…崔, '尹 대체재' 시각 거부 崔, 국힘 인사 1호영입…尹 반면교사 삼은 듯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나란히 제20대 대선 '링'에 오르면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두 사람의 차별화 경쟁에 정치권 안팎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윤 전 총장이 범야권 대선 후보 1강을 유지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3일 발표한 7월 2주차 여론조사 결과(아시아경제 의뢰·지난 10~11일·전국 성인 남녀 1011명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윤 전 총장은 26.4%를 기록해 이재명 경기지사(25.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어 이낙연 전 대표(16.4%), 홍준표 의원(4.8%),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4.7%), 최재형 전 감사원장(4.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최 전 원장은 6월 4주차 조사 결과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하며 6위로 순위에서 한계단 올랐다. 같은 기간 윤 전 총장은 4.3%포인트 하락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각각 검사·판사 출신으로 현 정권에서 사정기관 정점에 올랐다가 '반문' 인사로 대선 후보로 조명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 모두 친문 진영의 '비호'를 받으며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가, 이후 정권을 거스르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 국민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단죄 수사의 공로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파격 인사'로 우대받았던 윤 전 총장은 여권발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기조에 저항하며,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맞섰다.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권 표 '탈원전' 일환인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 평가절하 조작과 은폐 정황을 지적하며, 감사 보고서 발간과 함께 검찰 수사를 관철했다.
이 외에 두 사람 모두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자랐고, 전혀 정치 경험이 없다고 공통점도 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윤 전 총장은 'X파일', 처가 의혹 등 검증 거리가 많은 데 비해 최 전 원장은 검증 시비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또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위해선 누구와도 후보 단일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최 전 원장은 "나는 윤의 대안 아니다. 나 자체로 평가받고 싶다"고 밝혀 묘한 경쟁 관계를 시사했다.
최 전 원장 측은 "정당 아니면 대의민주주의는 어렵다.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제3지대 독자 세력으로 가다가 막판 야권 후보 단일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9일 윤 전 총장을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모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당장 들어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며 "바깥에서 중도층을 결집하는 역할을 하고, 마지막에 국민의힘 후보랑 단일화를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민주당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미루면서 진보와 탈진보까지도, 중원을 향해 갈 것처럼 얘기해왔는데 정치선언 이후를 보면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주춤하고 있는 새 최 전 원장은 자신만의 차별화 정치 프레임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린 부친 삼우제에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거수경례로 정치 참여를 공식화한 것부터 '나는 윤석열과 다르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을 겨냥해 한국전쟁 영웅의 아들이자 병역 명문가 출신이란 점을 군인정신의 제스처를 통해 보여줬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은 또 3선 출신으로 국민의힘과 접점이 많은 YTN 출신 김영우 전 의원을 대변인으로 끌어들이는 용병술을 선보여 정치계를 놀라게 했다. 정치경륜이 많은 정치인 대변인을 선임한 것은 윤 전 총장을 '반면교사' 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초 공직 사퇴 이후 약 넉 달 만에 대권 도전에 나설 때까지 '간접정치', '대변인 인선 실패' 논란을 겪었다. 김영우 대변인은 이날 모 라디오 방송에서 "현재 1, 2위를 달리는 여야의 대권 주자를 보면, 고장 난 대한민국을 치유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며 윤 전 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 원장의 경쟁 상대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