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삐루빼로' 2017년 8월부터 손 굳는 증상 근육들 멋대로 움찔거려 병원행 난치병 루게릭병 최종 진단 받아 2019년 채널 개시… 구독자 35만 가족·반려견과 함께하는 삶 공개 "뻔한 신파 아닌 청춘 영화 같다" 잔잔한 일상으로 구독자들에 감동
평범한 20대 청춘이던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내려진 난치병 선고. 그녀는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등지는 대신 "지금 당장, 하루에 한 번씩 웃는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 이제 그녀는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희망을 전하며, 누구보다 빛나는 청춘을 살고 있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유튜버 '삐루빼로'(본명 최수빈)가 바로 이 주인공이다. 아직 그 원인과 치료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가 서서히 손상되어 점점 몸이 굳어가는 퇴행성 질환이다. 그녀의 평범했던 나날은 5년여 전부터 서서히 바뀌었다. 2017년 8월, 손이 자연스레 움직이지 않고 근육이 멋대로 움찔거려 찾아간 병원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2018년 2월, 안심하고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났지만,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나 5개월 만에 귀국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원인 모를 근육병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25살. 자연스럽게 걷는 것, 말하는 것이 모두 힘들어졌고, 4년간 사귄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녀는 한의원 치료를 받고 근손실을 막기 위해 단백질 섭취와 각종 운동을 시작했지만, 2019년 말 루게릭병을 최종 진단받았다.
삐루빼로는 가족과 반려견 '삐루'가 함께하는 루게릭병 환자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 콘텐츠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빅데이터 분석사이트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2019년 7월 첫 영상이 게재된 그녀의 채널은 2020년 9월까지 구독자 1만 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입소문을 타고 급성장해 2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돌파하고 그로부터 3개월 뒤 20만 명도 넘어섰다. 현재 구독자 25만 명, 누적 조회 수 3700만여 회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당 평균 조회 수는 40만 회에 육박해,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상당히 높다.
삐루빼로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난치병 환자와 그 가족의 일상을 공개해 큰 화제를 낳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 박사(현 서울대학교 초빙연구원)는 "그녀의 일상을 담은 영상들은 억지로 눈물을 짜내게 하는 '뻔한 신파'가 아니라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 '청춘 영화'에 가까우므로 큰 사랑을 받는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는 지루하고 무료한 병원 생활, 가족이 직접 먹여줘야만 가능한 식사 시간, 점점 더 걷기 어려워져 휠체어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 등을 담담한 자막과 희망찬 배경음악으로 밝게 그려낸다. 온종일 그녀 곁을 지키는 다른 가족들도 시종일관 농담을 건네며 유쾌한 모습으로 영상에 등장한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로, 최선을 다해 병을 겪어내는 그녀와 가족의 모습에 댓글 창에는 이들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삐루빼로의 채널은 유튜버와 시청자가 서로 힐링을 주고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몸이 불편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절친했던 친구조차 만나기 꺼리던 삐루빼로는 유튜브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그녀의 채널을 찾는 시청자들도 그녀를 통해 힐링한다. 비슷한 처지에서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삶의 용기와 위로를 얻고, 건강한 사람들은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삐루빼로는 '난치병 환자 유튜버'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20대 여성 브이로거'로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또래의 다른 브이로거들처럼 그녀의 채널에는 메이크업, 패션, 음식 등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아기자기한 요소가 가득하다. 먹는 데 도움을 받아야 할지라도 근사한 식당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외식을 하고, 외출이라고는 병원에 진료 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예쁜 옷과 액세서리를 갖추고, 남들보다 시간이 몇 배가 더 걸리지만, 고체 향수를 만들고 태블릿으로 다이어리를 꾸미는 등 이삼십대 여성들 사이에서 '핫'한 트렌드를 영상에 담는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삐루빼로'를 키워드로 하는 PC·모바일 검색의 80%가 2030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던 삐루빼로는 병을 앓기 시작한 이후에야 '아픈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됐다며, 유튜브 활동을 통해 루게릭병을 널리 알리고 희귀·난치병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싶다고 말한다. 평균 수명이 3년 정도로 알려진 루게릭병을 이미 5년이나 강한 의지로 잘 겪어낸 그녀가,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그녀의 조금 특별하지만 찬란하게 반짝이는 일상 이야기를 전해주기를, 종국에는 완치 소식을 전해주기를 마음속 깊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