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백화점에서의 보복소비를 중심으로 소비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자영업 위주의 슈퍼마켓, 잡화점은 여전히 빙하기다. 유통대기업 상생노력에 골목상권 체질개선, 정부 지원 등이 없으면 유통대기업이 누리고 있는 소비회복의 온기가 자영업·소상공인에게까지 퍼지는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통계청의 '5월 소매업태별 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를 보면, 총 판매액지수는 122.3으로 전년 동기(118.6)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가 확산하기 이전인 2019년도 5월(116.6)보다도 5.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판매액지수는 기준년도인 2015년을 100으로 봤을때, 100이하면 상품이 2015년도보다 덜 팔렸다는 것을, 100이상이면 더 잘 팔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백화점은 116.4로 지난해 동기(98.5)대비 17.9포인트 상승했다. 대형마트 판매액지수 역시 96.1로 지난해 동기(92.8) 대비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이전 수준보다도 높다. 2019년 5월의 백화점, 대형마트 판매액지수는 각각 106.6, 93.5였다.
이러한 소비회복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유통 대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프엔가이드의 시가총액 100위 기업의 연결기준 2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지난해 2분기 47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마트는 올해 2분기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같은 기간 2000억원 순손실을 낸 롯데쇼핑의 경우,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소비회복세는 백확점 명품 판매 증가에 크게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상품 판매액이 포함되는 백화점 '신발 및 가방' 판매액지수가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105.1에서 올해 5월 140.5로 무려 35.4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지난 2019년 5월 지수가 104.3였던 것으로 봤을 때, 해당 품목은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지금이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해당 품목은 올들어 증가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1월에서 5월까지 지수를 보면, 98.8 → 106.5 → 128.8 → 136.8 → 140.5로 증가해 왔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 관계자는 "올해 3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자 그 동안 짓눌려 있던 일반인들의 소비욕구가 보복소비로 분출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특히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고가 명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 점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마켓 및 잡화점 판매액지수는 90.6으로 지난해 5월(104.9)보다 14.3포인트 떨어졌다.
역시 소상공인이 집중되어 있는 전문소매점 또한 올해 5월 판매액지수가 91.1로, 지난해 같은 기간(94.6)보다 감소했다. 슈퍼마켓 및 잡화점, 전문소매점 모두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이 관계자는 "5월 소매업태별 판매액지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높아진 반면, 골목상권에 들어가는 슈퍼마켓, 잡화점의 판매액지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회복의 온기가 골목상권이나 영세사업자로는 퍼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나 이커머스 등에만 집중되고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소비회복세는 반짝 반등에 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성용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는 "가계의 소비액은 늘어나고 있는데, 소비는 모든 사업장에서 골고루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소득층과 함께 일반 서민들까지 백화점 등 대형매장에서 일고 있는 소비회복 움직임이 영세 사업장으로까지 전파되는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지금의 소비회복세는 길게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가 상품은 사는 사람들만 계속 살 수밖에 없어, 백화점 이외 영역으로 소비가 확대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며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소비 진작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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