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치자 한 발 물러섰다.

이 대표가 사전에 당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을 전망이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서면에서 양당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내용을 전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 하위 80%에서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 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포퓰리즘'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날 양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황보 대변인이 합의 내용을 공지한 것은 이를 두고 당내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남는 재원이 있을 경우' 등 조건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합의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당내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양당 대표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황당한 일"이라며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그는 젊은 당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한 수많은 이들의 신뢰를 배반했다"며 이 대표를 공개 저격했다.

윤 의원은 "여당이야 원래 철학이고 원칙이고 상관없이 돈 뿌리는 것으로 일관했지만, 국민의힘은 적어도 다음 세대의 등골을 빼먹으며 불필요한 빚을 내지 말자고 다짐해왔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온 유일한 정치세력"이라며 "안 그래도 고령화 때문에 어깨가 으스러질 다음 세대에게 빚을 더하게 되니 미안할 뿐인데, 이 상황에서 재난의 충격을 전혀 받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모두 재난지원금을 뿌리는 것에 도대체 무슨 정책적 합리성이 있느냐"고 말했다.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 또한 SNS에 "먼저 우리 당의 일관된 입장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확대에 대해서 송영길 대표께서 공감을 해줬다. 그리고 900만원의 지원 제한을 상향해야 한다는 공감을 이뤘다"며 "그에 대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소비진작성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행정비용등을 고려해 그 범위를 80%에서 100%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는 내용에 제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해온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를 받는 조건으로 민주당이 원하는 지금 범위 확대에 찬성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또 이 대표는 "추경의 총액을 늘리는 내용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의 1인당 지급액 등은 기존 논의되던 25만원에서 어느 정도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며 "송영길 대표와의 회동 직후 우리 당 원내지도부와 회동하여 이런 합의 내용에 따라 추후 협상을 진행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향후 당내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최근 여가부·통일부 폐지 등 당론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의제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이슈파이팅'을 이어간 것과 관련해 당내 여론이 끓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조 의원은 같은 글에서 이 대표가 통일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을 문제 삼은 것도 지적했다. 조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약 차원에서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당 대표가 말하는 것은 당의 공식 입장 또는 당론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의미가 다르다"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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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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