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갈무리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산모의 남편이 도움을 호소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도와 달라. 와이프가 셋째를 출산하다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자신을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대 남자'라고 소개하며 "친구가 주선해 준 소개팅에서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해 2015년 결혼을 하게 됐다. 2016년 1월엔 사랑하는 첫째 딸이, 2017년 7월에는 예쁜 둘째 딸이 태어났고 여느 가족처럼 행복하게, 때로는 바쁘게 살았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그렇게 지내던 저희 부부에게 지난해 7월 셋째가 찾아왔고 출산은 첫째 아이 때부터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하기로 했다"며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첫째와 둘째를 낳으며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2021년 4월 26일 오전 7시를 출산 예정일로 정했고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와 둘째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수술 전날인 25일 오후 8시 30분에 네 가족 모두가 동반 입원을 했다"며 "그날이 아내와 함께 한 마지막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A씨는 이후 수술이 진행됐고 오전 6시50분쯤 막내아들이 태어났으며 담당 의사가 입원실로 올라와 출산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전 8시10분쯤 담당 의사가 올라와 산모가 마취에서 못 깨어난다고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저희가 내려갔을 때는 이미 119 직원들이 와 있었고 제 아내는 못 깨어난 채로 들것에 실려 계단으로 내려가고 있었다"며 "아내를 따라 오전 8시 46분쯤 119 차량에 탑승했고 오전 9시쯤 대학병원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어 "도착하자마자 아내는 1차 심정지가 왔다. 의료진들이 30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했고 호흡이 돌아온 사이 빠르게 응급 CT를 촬영하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며 "담당 교수는 (산모가) 뇌 부종과 복부 쪽 출혈이 심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했다.

A씨는 이후 아내에게 2차 심정지가 왔고 다시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좋지 않은 상태로 이틀을 더 버티다가 결국 28일 세상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내는 자기가 힘들게 키운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도 못하고, 열 달 동안 힘들게 뱃속에서 키운 셋째 얼굴 한 번을 못 보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다"며 "매일 밤 엄마 보고 싶다며 우는 아이들 앞에서 저는 '엄마 이제 못 봐', '하늘나라로 먼저 갔어' 이 말만 반복하면서 눈물을 꾹 참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A씨는 특히 "현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의료수사전담팀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파악하기로는 마취도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가 진행했다고 한다. 마취전문간호사가 마취를 진행할 땐 적어도 그 사실을 보호자와 산모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시스템, 산모가 마취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방치한 의사. 모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전날까지 멀쩡하게 돌아다니고 아이들과 잘 지냈던 사람이 정말 한순간에, 불과 몇 시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고 겨우 이틀을 버티다가 죽었다"며 "다시는 살아 돌아올 수 없는 아내를 대신해 억울함이라도 풀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A씨와 아내의 사연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았고 관리자가 내용을 검토 중이다. 청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3000명의 동의를 얻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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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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