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첫 성공
우주비행기, 고도 88.5㎞ 도달
4분간 미세중력 체험뒤 돌아와
베이조스·머스크도 잇단 도전

우주 관광 시범비행에 성공한 뒤 샴페인을 터트리는 리처드 브랜슨[로이터=연합뉴스]
우주 관광 시범비행에 성공한 뒤 샴페인을 터트리는 리처드 브랜슨[로이터=연합뉴스]
"어렸을 때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습니다. 이 모든 것은 마법이었습니다."

오는 18일 만 71살이 되는 괴짜 사업가이자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11일(현지시간) 첫 우주 관광 시범비행에 성공했다. 우주관광 시대를 활짝 연 브랜슨은 이날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의 우주 비행기 'YSS 유니티'를 타고 고도 80㎞ 이상의 우주 가장자리까지 날아올랐다. 브랜슨은 온라인 중계방송을 통해 "일생의 경험"이라고 외쳤다.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축하 무대에 올라 샴페인을 터트렸다.

'유니티'에는 모두 6명이 탑승했다. 브랜슨과 버진 갤럭틱 소속 조종사 2명, 임원 3명이 우주 관광 체험에 나섰다. 브랜슨은 고도 55마일(88.5㎞)까지 도달해 약 4분간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 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유니티에서 내린 브랜슨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아내와 자녀, 손주를 껴안았고 관중은 축하의 환호성을 질렀다.

브랜슨은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17년 동안의 노고가 있었다"며 우주 관광 시범 비행을 성공시킨 버진 갤럭틱 팀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이 순간을 꿈꿔왔다. 이 모든 것은 마법이었다"며 "새로운 우주 시대의 새벽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브랜슨은 우주에 도달한 두 번째 칠순 노인이 됐다"며 브랜슨에 앞서 "1998년 우주 비행사 존 글렌이 77세의 나이로 우주 왕복선을 탄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브랜슨은 15살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학생용 잡지 '스튜던트'를 발간하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2년 우편 주문 음반 판매회사 버진 레코드를 창업해 큰 성공을 거뒀고 항공사 버진 애틀랜틱과 통신업체 버진 모바일을 세우는 등 버진 그룹을 40개 계열사를 거느린 다국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그는 1999년 영국 기사 작위까지 받으며 성공한 사업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괴짜 사업가로 칠십 인생을 살았다. 그의 인생 모토는 "용감한 자가 영원히 살지 못하겠지만, 조심스러운 사람들은 아예 사는 게 아니다"였다.

브랜슨은 이날 직접 우주 비행기에 탑승함으로써 억만장자들이 벌이는 '스타워즈 3파전'에서 첫 등판의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 우주 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이사회 의장의 우주 비행보다 9일 빨랐다.

브랜슨의 이번 우주 비행은 우주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일종의 판촉 전략으로 기획됐다. 버진 갤럭틱은 내년부터 완전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구상으로, 약 25만달러(2억8천만원) 가격에 600여장의 우주 관광 티켓을 예약 판매했다.

AP 통신은 "스릴을 추구하는 억만장자 브랜슨이 가장 과감한 모험에 나섰고 우주로 돌진했다"며 "동료 억만장자 제프 베이조스를 물리치고" 우주 관광 첫 비행을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오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2주년 기념일에 맞춰 남동생 마크와 82세 여성 월리 펑크 등과 함께 직접 우주 관광 체험에 나선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오는 9월 일반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비행에 도전한다. 다만, 머스크는 우주선에 직접 탑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브랜슨의 첫 우주 관광을 축하했다. 베이조스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비행을 축하한다"면서 자신도 '우주 관광 클럽'에 어서 빨리 가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뉴멕시코주 발사장에서 브랜슨의 우주 비행을 직접 지켜봤다. 머스크는 브랜슨의 출발에 앞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고, 브랜슨은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브랜슨을 겨냥한 뼈있는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베이조스는 최근 블루 오리진의 우주 로켓이 브랜슨의 우주 비행기보다 더 높이 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하는데 베이조스는 브랜슨의 우주 관광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버진 갤럭틱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이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본다는 점을 들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김광태기자 ktkim@dt.co.kr

우주 비행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은 리처드 브랜슨(왼쪽)과 일론 머스크(오른쪽)[리처드 브랜슨 트위터 캡처]
우주 비행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은 리처드 브랜슨(왼쪽)과 일론 머스크(오른쪽)[리처드 브랜슨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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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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