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이 '슈퍼사이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초미세공정 기술 확보를 위해 극자외선(EUV) 장비 투자에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앞다퉈 EUV 장비 도입에 나서고 있다.

EUV는 극자외선 파장의 빛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선폭을 새기는 노광장비다. 극자외선은 기존 광원보다 파장이 짧아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에는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이 필요한 시스템반도체를 수탁생산하는 파운드리에서 필요한 장비였으나, 최근 D램에서도 회로선폭을 기존 10나노 3세대(1z)보다 더 좁아진 차세대 D램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기존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보다 미세한 공정이 가능한 EUV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

대당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EUV는 네덜란드 반도체장비 업체인 ASML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ASML도 매년 장비 생산량을 늘려가고는 있으나,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장비가 30~40대에 불과해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네덜란드와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ASML의 한국 투자에 대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은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다. 업계에 따르면 TSMC가 보유하고 있는 EUV 장비는 약 4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 20여대를 추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절반 수준인 20여대의 EUV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TSMC와 삼성전자가 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도 구매에 나서면서 이미 내년 생산량까지 선주문이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ASML과 EUV 장비 공급계약을 맺고 2025년까지 4조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비 가격 등을 고려해보면 20대 수준의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준공된 M16 이천공장에서 하반기부터 EUV 공정이 도입될 예정이다. 그간 EUV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마이크론 역시 최근 3분기(3~5월) 실적 발표에서 EUV 공정을 도입할 것을 공식화하며 올해 설비 투자액을 기존 90억 달러에서 95억 달러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