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에 연기 요구 속출하자
API 시스템 도입 의무화 미뤄
인터넷은행, 스톡옵션 제시도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제공
국내 산업 전반의 '개발자 인력난'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와 정보제공자 간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시스템 도입이 유예됐다. 관련 사업자가 일제히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선 데 더해 코로나19로 비대면 IT 개발수요까지 급증하면서 API 의무화를 이행할 수 없다는 기관 사정이 고려됐다. 금융권은 연봉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며 개발 인력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일 민간 전문가와 정부부처, 금융권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마이데이터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논의했다. 마이데이터는 곳곳의 금융회사에 흩어진 자신의 금융정보를 개인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개인이 정보 취합권을 금융사에 제공하면, 금융사는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한다.

자문회의는 마이데이터 API 의무화 기한을 유예키로 했다. 오는 8월4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정보 수집 시 타 기관 정보를 '긁어오는' 스크래핑 방식을 중단하고, 정보 제공자로부터 전달받는 API 시스템을 도입해야 했다. 하지만 사업자·제공자 모두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고려했다. 시스템 구축 후에도 전송오류 등 데이터 기반 연동테스트 기간이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유예방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 금융권 정보 제공자가 코로나19로 사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개발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간 유예를 요청해왔다"며 "준비상황을 등을 고려해 차등적으로나 일괄유예 등 추가 의견수렴을 거쳐서 구체적인 방안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은 개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 카드사 등 자체 IT 인력이 있는 금융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상호금융, 저축은행, 대부업 등 규모가 작아 외부 용역을 의뢰해야 하는 곳들은 시스템 구축에 손을 못 쓰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은 곳은 현재까지 29곳이지만 고객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정보제공자는 1000여곳이상으로 짐작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은행 창구 서비스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 벌써 두 번 유찰돼 도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개발 수요가 늘어나면서 입찰 제안서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인데 소형 금융사는 더 열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빅테크 등이 개발자 인력 모집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나선 이유다. 오는 9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오는 14일까지 데이터 전문가 등 기술 분야 개발자 경력자 공채를 진행한다. 직전 회사의 최대 1.5배에 달하는 연봉을 제공하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케이뱅크도 IT 관련 경력자를 채용하며 경력사항만을 토대로 인재를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한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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