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는 '미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로 유망한 사업으로 떠오르며 각국 기업들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K-배터리 산업 발전전략'에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제조기술을 조기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방안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오는 2027년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리튬 황 배터리는 2025년, 리튬 금속 배터리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민간에서 투자하는 금액은 오는 2030년까지 총 20조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대규모 R&D 지원에 나선다. 산업부가 오는 2023~2028년 '고성능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개발'을 위해 대규모 신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2023~2030년 '한계돌파형 이차전지 미래원천기술연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국내 기업의 설비·R&D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R&D의 경우 최대 40~50%, 시설투자의 경우 최대 20%의 세액공제가 이뤄진다. 연간 1100명 이상의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와 무관치않다. 산업부는 "차세대 전지 조기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민관 역량 결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 중인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다. 또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및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의 고용량화·소형화·형태 다변화 등에 용이하다는 평가다. 이같은 장점으로 전고체 배터리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30년경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 형성에 앞서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조기 확보를 돕고 우리나라 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시장 선점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제시한 상용화 시점인 2027년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제시한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SDI는 오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7년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초 2028~2030년을 잡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개발을 추진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양산 목표를 2027년으로 앞당겼다. SK이노베이션의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경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국내 배터리 3사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계가 더 빠르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전고체 배터리가 미래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이 될 것이란 예상에 해외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현재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 경쟁에 앞서고 있다고 평가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중국과 우리나라 업체에 다소 뒤쳐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이 전고체 배터리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된 특허를 1000개 이상 출원,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보유 중이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최초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시 시기는 2020년대 전반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늦어도 2025년까지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배터리 제조사 파나소닉과 손을 잡은 상태다.
이외에 일본 완성차업체 닛산도 2028년까지 자체 개발한 전고체배터리를 실제 차량에 탑재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퀀텀스케이프·솔리드파워 등 스타트업이 폭스바겐을 비롯한 완성차 업체의 투자를 받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퀀텀스케이프는 2024년 전고체 배터리 상업 생산을 시작, 주요 투자사 폭스바겐이 2025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포드·BMW·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한 솔리드파워는 2026년께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2030년은 돼야 열린다고는 하지만, 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을 건너 바로 전고체 배터리 시장을 잡겠다는 목표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는 해외 기업들이 많아 국내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다만 해외 업체들의 양산 목표가 실현 가능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핵심 산업으로 떠오른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김위수기자 withsu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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