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인사 검증 과정서 줄줄이 탈락 유력설 돌던 女교수 부동산에 발목 "초유의사태… 대형 금융사고 우려"
금융감독원 (디지털타임스DB)
1999년 통합 금융감독원 출범 이후 처음으로 원장 공백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가위험관리자로서 금융안정을 책임지는 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안정은 물론이고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7일 윤석헌 전 원장 퇴임 직후만 해도 일부 인사 내정설이 돌았다. 그러나 직후 금감원장 하마평이 사라졌다. 관료 배제 원칙과 교수 출신에 대한 반발 등이 작용했다. 최근에는 여성 교수 출신 인사의 내정설이 퍼진 상태다.
금감원을 둘러싼 내외부 사정은 간단치 않다. 당장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행정소송의 선고가 임박해 있고,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제재 확정도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금융감독 체계 개편 이슈를 제기한 상황이다. '금감원 무용론'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5월 7일부터 김근익 수석부원장 대행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래 원장 공백이 두 달을 넘긴 건 처음이다. 앞서 최흥식, 김기식 전 원장이 20여일간의 공백 끝에 선임된 바 있다.
애초부터 후보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점쳐졌다.
정 전 대사는 유력한 금감원장 후보였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고,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당국 수장에 관료 출신은 배제한다는 정부의 기조와 처가인 넥센 측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연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은 학계였다.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위원을 거쳐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인 이상복 교수가 떠올랐다.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원승연 교수도 거론됐다. 한데 이 교수는 과거 금감원의 권한을 증선위로 넘겨야 한다는 취지의 과거 입장이, 원 교수는 사모펀드 사태 책임 문제 등이 논란이 됐다. 교수 출신 원장을 극구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는 고심 끝에 금융권 사정에 밝은 여성 교수를 선임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부동산 문제가 발목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정에서 여성 교수를 선임하는 쪽으로 방침을 잡았는데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석부원장 체제로도 금감원 업무 수행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내·외부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예정된 금융사 종합검사나 분쟁조정 등은 실무진이나 외부 위원 위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결국 굵직한 결정은 원장 몫이다.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를 비롯해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제재 결정권도 금감원장에게 있다. 앞서 DLF 책임을 물어 CEO를 제재했다가 소송에 휘말린 사례를 고려하면, 대행 체제에서 엄격하게 사태 책임을 묻는 판단이 나오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소송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감독체계 개편 주장까지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지난 7일 '금융감독 체계의 전면적 개편을 위한 5대 과제'를 제시했다. 골자는 금감원 권한 축소다. 은행 등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이상 권한을 금융위로 환원하고, 금감원 업무는 금융사와 직원에 대한 검사·감리에 국한하는 안이다. 금감원장의 금융위 위원 겸직도 제한한다. 사실상 '금감원 무용론'을 제기한 것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금융감독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감사원은 수 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옵티머스자산운용 불법 운용 사태의 책임을 금감원에 돌렸다. 금감원의 늑장대응으로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감사 결과가 있었다. 금감원이 직접 위법한 펀드 운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자산운용사의 말만 믿고 사안을 덮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감독업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금감원 감사직도 수 개월째 공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행 체제 들어 실무 직원들의 업무 강도는 다소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바람직한 현상인지 의문이 든다"며 "감사원 발표에 더해 다음 달이면 행정소송 결과도 나오는 상황에서 '금감원 무용론' 확산을 막아줄 원장 선임이 절실하다"고 말할 정도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 장관과 감사원장이 공석인 상황에 차관급인 금감원장 임명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국가위험관리자로서 금감원장의 공백 와중에 대형 금융사고가 벌어질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두현기자 ausur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