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1분기 국내외 주식 49조원 취득, 금융자산 중 주식비중 20.3% 현·예금 비중은 감소, 44.2%→41.2%
(한국은행 제공)
국내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투자 비중이 처음으로 20%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금융자산 중 주식과 펀드 등의 투자자산 비중이 극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고, 간접투자 규모가 줄어든 대신 직접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44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65조9000억원) 대비 감소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경제주체의 자금 운용액(예금, 보험, 주식 등으로 굴리는 돈)에서 자금 조달액(빌린돈)을 뺀 값이다. 운용자금이 조달자금보다 많으면 '순자금운용' 반대면 '순자금조달'이 된다. 가계는 순자금운용 상태에서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주체로 분류됐다.
방중권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 팀장은 "가계가 월급으로 예금이나 주식을 운용하면서 조달보다 운용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분기 가계의 자금운용은 96조1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81조1000억원)보다 늘었지만, 같은 기간 자금조달이 15조2000억원에서 52조1000억원으로 더 많이 늘어나 순자금 운용이 줄었다.
은행 등 예금의 증가규모는 축소됐지만, 주식 운용은 증가세를 지속했다. 가계는 1분기에 총 49조원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2009년 통계편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1분기 중 거주자발행주식 및 출자지분은 36조5000억원, 해외주식은 12조5000억원을 취득했다.
가계가 가진 금융자산의 형태별 비중을 보면 주식 비중이 20.3%로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펀드까지 합친 비중은 22.7%다. 2011년 이후로는 높은 수준이나, 과거 펀드 투자 비중이 높았던 때와 비교하면 간접투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 2009년 7.8%에 이르던 펀드투자 비중은 올 1분기에 2.3%로 대폭 감소했다. 이에 비해 주식투자 비중은 2008년 14.1%에 불과했으나 20%를 넘어선 것이다. 반면 예금 비중은 작년 1분기 44.2%에서 올해 1분기 41.0%로 낮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락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로 민간소비 부진이 완화되고, 주택투자도 확대된 영향도 작용했다.
가계최종소비지출은 올해 1분기 219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213조40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전국 주택매매거래 개인순취득도 올해 1분기 7000호로 지난해 1분기(1만1000호 감소) 대비 대폭 늘었다. 이는 건설사로부터 분양을 받는 등 다른 경제주체와의 주택거래를 의미하는 지표다.
금융기관 차입 등 자금조달 규모도 크게 확대됐다.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도 작년 1분기 15조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52조8000억원으로 급증해 순운용 폭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
장기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은 올해 1분기 38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10조5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으며, 단기 기타 금융중개기관 대출금은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 영향에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감소했다. 올해 1분기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조원 가량 줄었다. 순자금조달은 빌린 돈(조달자금)에서 예금, 주식, 펀드 등을 통해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에서 뺀 금액을 의미한다. 이 금액이 줄었다는 의미는 그만큼 자체 자금 여력이 늘면서 빚이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수출 호조 등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 등으로 순조달 규모가 축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22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6000억원)보다 축소됐다. 국세수입이 증가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축소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국세수입은 8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9조5000억원) 대비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