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재정분권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1주택자의 부동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세인 재산세 감면까지 추진하면서 지자체의 재정 손실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재정분권'은 지난해 1단계 작업을 완료했지만, 이후 2단계 방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는 2019년에 2단계 재정분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단계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2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올 초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방세를 확충하기 위해 지방소비세율을 10%포인트 인상하고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TF대안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과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행안부의 '2021년 지자체 통합재정 개요'에 따르면 전국 243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7년 53.7%, 2019년 51.4%, 2020년 50.4%로 점차 낮아지다가 올해는 역대 최저치인 48.7%를 기록했다. 이는 1997년 재정자립도 통계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재정자립도가 30% 미만인 지자체는 173개(71.2%)로 대부분이었다.

지방재정은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정부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자체가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지방세와 세외수입보다 교부세와 보조금 등 국비 지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정부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방세인 재산세를 감면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1주택자 재산세율 특례 적용 대상을 당초 시가표준액 6억원 이하 주택에서 9억원 이하 주택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처럼 지방세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산세가 국가 정책방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면서 지방재정만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결산 기준 재산세는 전체 지방세입의 14.0%를 차지한다. 경기도는 최근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인하, 코로나19 세제 혜택 등으로 재정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재준 고양시장의 건의 내용을 종합해 행안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류영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산세 제도의 현황과 쟁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재산세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요나 공공서비스와 무관하게 변경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국가정책을 시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재산세 제도 개편에 따라 재산세입이 달라져도 재산세 과세권자인 시·군·구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재산세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 침체나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이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식 단기 처방을 계속하면 국세 및 지방세 체계가 서로 혼동될 뿐만 아니라, 의도한 세제 효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다.은진기자 jineun@dt.co.kr

연도별 재정자립도 추이. <자료:행정안전부>
연도별 재정자립도 추이. <자료: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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