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있던 행보 꺾인 李, "사람 보는 눈 부족" 몸 낮추고 '바지발언' 사과까지
전문가 "친문 딜레마 빠지며 박스권 횡보로 중도층 흡수 포석" 분석
송영길, 중도 외연 확장 겨냥해 "박정희 정권 경부고속도로·포철만든 것, 대단한 성과"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민주당의 나머지 7명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특유의 '사이다' 발언이 사라지고 '김빠진 사이다'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비판하자 사과하면서 "경쟁의 한 부분으로 수용한다"고 밝히는 등 예의 날카로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최근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비판으로 당 내 친문 세력으로부터 "사퇴하라"는 거센 저항을 받고 있으면서도, 7일 느닷없이 '박정희' 찬양론을 꺼내 화제를 일으켰다.

이재명과 송영길, 이 두 여권 핵심 정치인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모두 내년 대선에서 중도층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7일 새벽까지 진행된 민주당 예비경선 3차 TV 토론회에서 다른 7명의 후보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2월 이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간 50조~60조원에 이르는 조세 감면분을 절반가량 축소하면 1인당 25만원씩 분기별 기본소득 지급이 가능하다'는 글을 근거로 들면서 "2020년 인터뷰에서 현재 예산 규모로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이전에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는데, '부자 몸조심'을 하시는지 '김빠진 사이다'가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러자 이 지사는 "기본소득제도를 제가 안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1 공약은 아니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 지사는 또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한 '바지 발언'에 대해 협공을 받자, 상대의 약점을 역공하며 전세를 뒤집는 기존 방법 대신 "하도 답답해서 한 두 번도 아니고 근거도 없는 일을...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마녀사냥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경쟁의 한 부분으로 수용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추천한 것에 대해서도 "사람 보는 눈이 부족했다"며 몸을 낮췄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사과하고, 종부세 완화, '대깨문' 발언에 따른 친문 강성세력에 대한 비판 등으로 당 대표로서 심판대에 오른 송영길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회의에서 "오늘은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야당이 반대했지만 고속도로를 개통하고, 포항제철(현 포스코)을 만든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보수진영의 상징적인 인물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호평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중도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을 의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재명, 송영길 등 민주당 비문 계열은 86 운동권 그룹으로 대변되는 이번 정권의 정책 실패를 딛고, 내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기존 친문 색깔을 버리고 중도층을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게 정치계의 지배적 평가다.

이재명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2017년 경선 때는 추격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선두주자로 입장이 다르다"며 "공격을 받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안정감과 포용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 박스권에 갇힌 지가 꽤 오래됐다"며 "당내 주류를 여전히 친문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외연 확장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초조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광주 5.18'을 껴안는 등 좌우 이념파괴, 지역주의 혁파 등 '파격' 행보에 나서는 등 기존 낡은 보수와 거리를 두려는 것도 역시 중도층 흡수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결국 내년 대선은 진보-보수의 진영 싸움이 초점이 아니라, 경제를 일으키고 국민의 삶에 실익을 줄 수 있는지를 더 중시하는 MZ세대를 비롯해 40~50대 중도층 표심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부터)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이 서울 마포구 MBC 방송센터에서 합동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부터)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이 서울 마포구 MBC 방송센터에서 합동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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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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