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인구 감소·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연장'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고령층의 부양 비용이 증가해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는 4대 공적연금, 적자전환, 건강보험 적립금 소진과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진행으로 4대 공적기금인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이 2040년에 적자로 전환하고, 건강보험도 2024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기대수명·건강수명 격차도 확대 되면서 요양돌봄, 건강관리 분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38년에 경상가격 기준으로 1344조6000억원에 도달한 뒤, 2055년에 소진된다.
또 공무원연금은 지난해말 기준 재정수지 적자 2조1000억원에서 점점 적자 규모가 증가해 2090년에 32조1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학연금은 2033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2048년에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또 공무원연금은 지난해부터 2090년까지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인구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같은 인구 리스크에 대비해 그동안 고용연장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민감한 문제인 만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은 지속해왔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년연장 문제는 단시간에 될 사항이 아니지만 고령화가 빠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착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홍 부총리는 최근 개인 페이스북에서도 "전체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지난해부터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10년후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노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생산인구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본의 계속 고용제도를 참조하는 고용연장 카드를 꺼냈었다. 일본은 기업에게 △재고용(퇴직 뒤 재계약) △정년연장(65세로 정년 연장) △정년폐지(정년 없이 계속 고용)라는 선택지를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를 참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정년연장은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여당도 이 사안에 대한 조치를 미뤄왔다. 7일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후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정부는 60세 이상 정년 연장 문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차관은 대안책으로 "일하기 원하는 고령층이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경사노위 연구회를 통해 고령자 고용 및 임금체계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적연금 등 노인부양비 문제의 해법은 정년연장인데, 모든 사람들이 자기살을 깎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 이 문제는 다음 정부로 넘어가야 하는데, 세대간 갈등이 있어 여당도 야당도 고통을 분담하자는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는 국민연금만 손볼게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도 같이 손봐야 한다. 너무 많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0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12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