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국내 자동차업계가 과도한 임금 비용과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지원으로 인해 연구개발(R&D) 여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13개 자동차그룹의 작년 연구개발 (R&D) 투자 동향을 조사한 '2020년 주요 자동차그룹의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R&D 투자액은 조사대상 13개 자동차기업 중 테슬라 제외한 12개 업체가 모두 감소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매출액은 전년대비 0.4% 감소, R&D투자액은 0.5% 감소해 예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고부가가치 제품력, 전동화,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R&D 투자라고 분석했다.
먼저 R&D투자 규모가 1등인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아우디, 벤틀리, 포르쉐 등 3개 프리미엄 브랜드의 그룹 내 판매대수 비중이 23.3%(130만대)에 불과하지만 매출액 비중은 42.9%로 약 1.8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전동화의 경우도 R&D투자 비중이 높은 폭스바겐, 다임러 등이 3년 만에 중국 등을 제치고 시장주도권을 탈환했다. 순수전기차(BEV) 시장점유율의 경우 현대차그룹은 작년 6.3%로 전년대비 1.3%포인트 상승한 반면 같은기간 폭스바겐은 10.5%로 5.9%포인트, GM 10.8%로 5.0%포인트 각각 올라 R&D투자 상위 기업들이 강세를 보였다.
자율주행 분야는 R&D 투자 비중이 높은 미국, 독일, 일본계가 선두 그룹이며 한국은 이들과 1년 정도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아우디, 일본 혼다 등은 이미 자율주행 레벨3를 출시했고 다임러, BMW, GM 등도 연내 레벨3를 출시 예정이지만 한국은 내년말 양산 출시가 예정돼 있다.
협회는 임금 등 비용부담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아 R&D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외국 경쟁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8%대 수준이지만 현대차그룹은 2.7% 선에 머문다.
또 정부의 대기업 차별적 현금지원 위주 R&D 정책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기업의 R&D 질적 성과가 가장 높지만 정부 예산 배분은 출연연, 대학, 중소기업 위주로 이뤄져 차별적으로 소외되는 상황이다.
이 밖에 대기업 R&D투자에 대한 외국 대비 저조한 세제지원도 걸림돌로 제시했다. 한국은 대기업 R&D와 설비투자 세액공제가 지속 축소돼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고 대-중소기업간 격차가 커진 상황이다. 한국 R&D 세액공제는 투자액 중 0∼2%에 불과하지만 프랑스 30% 수준이고 영국 13%, 캐나다 15%, 스페인은 25∼42%에 이른다.
정만기 회장은 "고부가가치화, 전동화, 자율주행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R&D투자 확대가 긴요함을 감안할 때 여건 개선 여지가 많다"면서 "노사화합, 임금안정 등을 통해 비용절감과 영업이익률 제고에 노력하고 정부로서는 글로벌 기업과의 동등 경쟁 환경 조성 차원에서 장기적으론 대기업 차별적 R&D지원을 과감히 폐지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