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발포 와인)에만 샴페인이란 이름을 쓸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제하자, 샴페인의 본고장 프랑스가 반발하고 나선 것.
프랑스인들은 자국 샹파뉴(샴페인) 지방 포도로 엄격한 공정을 거쳐 만든 발포 와인에만 붙이는 '샴페인'이란 호칭을 러시아가 빼앗아갔다며 분노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법률이다. 이 법은 샴페인(러시아어로 '샴판스코예')이란 명칭을 외국산 스파클링 와인에는 쓸 수 없고, 러시아에서 만든 발포 와인에만 쓸 수 있다고 규정했다.
샴판스코예는 러시아식 발포 와인을 가리키는 말로, 명칭 자체도 샴페인에서 파생됐다. 구소련 시절 국가가 노동자들에게 값싼 발포 와인을 공급하던 게 시초다.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샴페인의 원산지이자 종주국인 프랑스 와인 업계와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샴페인생산협회는 프랑스와 유럽연합(EU)에 이 법의 철회를 러시아에 압박해달라고 요구했다. 프랑스샴페인협회의 막심 투바르, 장 마리 바리에르 공동회장은 "샴페인은 우리 공통의 유산이고 귀중한 자산으로, 그 명칭은 전 세계 120개가 넘는 나라가 지키고 있다"며 "샹파뉴인들에게 그 이름을 쓸 수 없도록 강제한 것은 충격"이라고 밝혔다.
샴페인이라는 명칭은 프랑스 원산지명칭통제(AOC) 법에 따라 샹파뉴 지방에서 엄격한 공정관리를 거쳐 생산된 발포성 와인에만 붙인다. 샹파뉴가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발포 와인은 '샴페인' 명칭을 쓸 수도 없다. 프랑스에는 샴페인 농가가 1만6200개, 샴페인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주류회사가 360개에 이르며, 매년 2억3100만병을 생산한다. 샴페인의 연 매출 규모는 42억유로(5조6000억원) 가량이다.프랑스 정부는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프랑크 리스터 대외무역부 장관은 "러시아의 새 법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역시 러시아의 법은 유럽의 와인 수출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반대와 우려의 뜻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돔페리뇽, 뵈브 클리코 등 고가의 샴페인을 유통하는 샴페인 회사 모에 에네시는 러시아 수출을 중단하는 방안을 한때 고민했다. 그러나 모에 에네시는 5일 입장문을 내고 러시아의 새 법을 존중해 러시아 수출 물량에 '스파클링 와인'이라는 표식을 붙이는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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