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역사인식 논란 정면돌파 "고도의 정치적 수 줄타기" 관측 "反이재명 전선확대 매개" 우려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여배우(김부선), 역사인식 논란(미 점령군 발언 등)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 정국에서 '정면돌파' 카드를 선택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에둘러 표현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 승부하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해방 후 친일세력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등의 발언으로 불거진 역사인식 논란에 대해 이 지사는 6일 "해방 당시 점령군으로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한반도에 주둔했던 미군과 현재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은 성격이 완전 다르다"면서 "야권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발언을 왜곡해 색깔론 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JTBC·MBN이 공동 주최한 민주당 예비경선 2차 TV 토론회에선 예비 후보로부터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해명을 거듭 요구받자, "제가 혹시 바지를 한 번 더 내릴까요"라며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마치 2008년 여배우 스캔들에 억울해한 나훈아 씨가 기자회견에서 테이블에 올라 "내가 직접 보여줘야겠느냐"라며 바지를 반쯤 내렸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이처럼 거침없는 이 지사의 '직설화법'이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직설적 발언에는 가식이 포함될 여지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정치지도자로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지사의 '직설화법'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도의 정치적 수를 담은 줄타기라는 관측부터, '반(反) 이재명' 전선 확대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휘 세명대학교 교수는 "이재명 지사와 홍준표 의원의 정치적 레토릭은 닮은 듯 안 닮았다. 이들은 이슈를 먼저 치고 나가는 '이슈 파이팅'의 행보를 주로 보인다.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게 하고 몰입하게 할 수 밖에 없는 레토릭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레토릭은 대중이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몰두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 사회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인터넷이 발달하는 등 진실과 정의, 진리는 두 번째 차선으로 밀리는 현상을 맞고 있다.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답답한 가슴을 뚫어줄 수 있는 '사이다 발언'을 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 게 최근 정치 양상"이라며 "이를 '훌리건화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 지사가 이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고, 소위 '사이다 발언'을 하는 이 지사에 '팬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사의 직설화법에 흔들리는 사람들은 중도층일 것"이라며 "이 지사가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중도층 이탈을 막기 위한 맞불 작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캔들이 가볍고, 황당무계한 것이면 그대로 두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김부선이라는 인물이 있고, 녹취파일이 돌아다니는 등 명확한 정황이 있다. 이것을 그대로 놔두면 대통령이 되기 힘들다는 이 지사의 정치적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 지사의 정면 돌파는 궁극적으로 중도층이 최소한 헷갈리도록 하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지율이 높은 후보일수록 대중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 이 지사의 지금까지 정치적 행보로 봤을 때, 본인에게는 '직설화법'이 어울린다고 본다"며 "오히려 두루뭉술하게 발언을 하면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설화법의 장점은 자신의 정책이나 정치적 소신 등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개인적 논란에 대해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만 대중이 거부감을 들게 하는 강한 표현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가칭)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기본주택 등 공공주택으로 공급을 적정하게 유지하고, 비필수 부동산의 조세부담을 늘려 투기와 가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며 "불로소득 즉 투기나 부당한 경쟁으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회 풍조는 국가의 영속성을 위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