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은행면책 생각도 말라"
실명계좌 발급, 기존 4개 거래소 한정될 듯

암호화폐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과정에서 은행권의 면책요구를 금융당국이 거절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대 암호화폐거래소 외에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암호화폐거래소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은행권의 암호화폐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관련 면책기준 마련 요구에 대해 "아예 생각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일부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은 금융위와 유관기관들이 꾸린 암호화폐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 관련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면서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후 은행의 책임 논란을 피하기 위한 '면책기준' 필요성을 당국에 전달했다.

은행권은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했다가 향후 자금세탁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의 검증을 믿고 투자했다'는 책임론을 경계하고 있다. 은행권의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암호화폐거래소의 등록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은행의 실사, 검증 과정에서 은행의 과실이나 책임 사유가 없다면 향후 거래소 사고와 관련해 은행의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이 같은 은행권의 면책 요구를 묵살한 것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자금세탁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물어야 하는데, 은행권의 면책요구를 수용할 경우 당국이 책임을 고스란히 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애초에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대신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등록을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을 통해 인허가 제도를 도입할 경우 당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정부가 허가제를 택하고 당국 검증과 실명계좌 발급 순서를 바꿨어야 한다"며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의 특금법상 확인 사항을 먼저 점검해주고, 이렇게 허가받은 경우에 한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서비스를 받고 은행은 이후 계좌 관련 상황을 당국에 보고하는 프로세스가 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은행이 암호화폐거래소 검증의 모든 책임을 떠안으면서,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은 기존 4대 거래소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은행 면책을 거부하면서 은행으로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와의 거래 리스크가 커져 신규 거래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9월24일 특정금융정보법 신고를 마칠 수 있는 거래소는 현실적으로 4곳(기존 실명계좌 제휴 거래소)뿐일 것으로 예상된다.황두현기자 ausur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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