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 발언 논란에 광복회 비속어 섞인 입장문 내 "진실 말했다"며 "친일파 77년, 反민족기득권에 맥아더가 은인" 공세 미·소 군정 포고문 일부만 밑줄…美는 "조선 해방 결심, 日 항복문서 이행" 밝혀둬
광복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원웅 전 국회의원 트위터(위)와 7월1일자로 광복회가 발표한 보도자료(아래) 갈무리.
김원웅 광복회장이 최근 한 고교에 보낸 강연 영상에서 일제 패망 직후 한반도 남쪽에 진주한 미군을 '점령군'으로 깎아내리고, 이북의 소련군을 '해방군'으로 추어올렸다는 '역사 왜곡' 논란에 비속어를 섞어가며 반발하는 입장문을 냈다.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소비에트연방)과 중공(중국공산당)의 허가로 김일성의 북한군이 기습 남침해 벌어진 1950년 6·25 전쟁보다 앞선 시기의 역사를 두고, 후일 유엔 연합국의 주축으로서 참전하게 되는 미군에 대해 "한국인을 '개무시'했다"는 주장을 거듭 편 것이다.
광복회는 1일 '한국인 개무시한 맥아더 포고령을 비판해야지, 포고령 내용을 밝힌 김원웅 회장 비난, 납득 안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 "소련군 치스차코프는 스스로 '해방군'임을 표방했지만, 미군 맥아더는 스스로 '점령군'임을 밝히고, 포고령 내용도 굉장히 고압적이었다"며 김 회장을 비호했다. 자료의 명의는 '광복회장 김원웅'으로 돼 있다.
광복회는 "김 회장은 이 '역사적 진실'을 말한 것뿐이다. 한국국민이라면 마땅히 한국인을 무시한 맥아더를 비판해야 한다. 맥아더의 한국무시 사실을 밝힌 김 회장을 비난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맥아더 사령부 포고 제1호(1945. 9. 9) 국문버전 △소련군 치스차코프 대장의 포고문 (1945.8.25) 국문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광복회는 "소련 포고문에는 독립운동세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맥아더는 독립운동세력(건준위,임시정부)을 강제 해산시키고 친일파를 중용했다"고 해석하며 "친일파들은 해방 이후 77년간 비리와 폭력으로 권력을 행사하면서 엄청난 부과 권력을 축적해 왔다. 이들 반민족기득권세력에게는 맥아더가 '은인'이다. 그들이 맥아더의 진실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들에게는 맥아더의 포고문이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고 정치적인 공세로 이어갔다.
광복회는 보도자료 내에서 인용한 포고문의 특정 글귀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김 회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했다. 맥아더 사령부 포고문을 두고는 '점령에 관한 조건을 포고'에 밑줄을 쳐 강조했고, 포고 내용에 복종을 명하는 제3조에선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또는 공공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용서 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다"라는 문장 중 일부분만 같은 강조 표시를 했다. 제5조 중 '군정 기간에는 영어를 모든 목적에 사용하는 공용어로 한다'는 부분도 부각 시킴으로써 미군이 마치 영어 사용을 강요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광복회가 7월1일 '광복회장 김원웅' 명의로 발표한 보도자료에 인용된 1945년 미 군정 포고문(위)과 소련 군정 포고문(아래) 일부 갈무리. 광복회는 미군 포고문에선 '점령'을 부각하고, 소련군 포고문에선 '자유국'을 강조하면서 김원웅 광복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 발언 정당화에 나섰다.
하지만 포고문 전문을 보면 더글라서 맥아더 장군이 '미국 태평양 방면 육군 총사령관'으로서 군정을 선포했다는 배경과 함께, "일본 대본영이 조인한 항복문서의 조항에 의하여 본관의 지휘 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고 밝힌 부분은 광복회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미군은 일제를 상대로 '승리한 군대'를 자칭했음이 드러났는데도 친일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다.
또한 미군은 "조선 인민은 점령의 목적이 (일제의)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는 것을 새로이 확신하여야 한다"며 "조선 인민의 오랫동안의 노예상태와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한다고 명시했다. 한국인들을 해방·독립시키는 게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의 결심임을 드러낸 것이다. 영어 공용어에 관한 5조도 "영어 원문과 조선어 또는 일본어 원문 간에 해석 또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거나 같지 않을 때에는 영어 원문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이 이어지면서, 서로 다른 언어로 '해석 차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 광복회는 소련군 포고문에 대해선 '조선은 자유국이 되었다', '조선 인민이 일본의 예속에서 해방되도록', '해방된 조선 인민 만세!' 세곳에 밑줄을 그어 반일(反日) 이미지를 강조했다. 넷째로는 '해방군인 붉은군대'라는 문구를 부각 시킴으로써, 김 회장이 소련군에 대해 "스스로 해방군임을 표방했다"고 주장한 논거가 됐음이 드러난다. 붉은군대는 1918년~1946년까지 소련 육군의 명칭으로 흔히 '적군(赤軍·Krasnaya armiya)'으로 불린다.
당시 소련군은 "붉은군대는 조선 내에 있는 모든 반일적 민주주의적 당들과 단체들의 광범한 협동의 기본 위에서 자기 민주주의적 정부를 창조함에 조선 인민들에게 보조를 준다"며 "당신들의 해방군인 붉은군대에 백방으로 방조(幇助·어떠한 일을 거들거나 도와줌)하라. 도시와 농촌에서는 안전한 생활을 계속하며 붉은군대가 들어오기 전에 하던 그곳에서 그대로 사업을 계속하라. 지방당국에서 사회적 질서를 유지함에 백방으로 후원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있다.
이를 두고 광복회는 "분명히 말하건대, 역사의 진실은 자체 부력이 있다. 아무리 눌러도 눌러도 떠오르게 돼 있다. 이런 역사적 진실을 전 국민이 모두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 회장의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 주장을 두고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논란이 될 수 있고, 더욱이 고등학생들한테 그렇게 발언했다는 자체가 상당히 유감"이라며 "광복회에 사실 내용을 파악해 우려를 표명하든지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강구하겠다"고 밝혔으나, 광복회의 입장으로 미루어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김 회장은 큰이모인 여성광복군 전월순씨를 자신의 모친인 전월선씨와 동일인이라고 주장해왔다는 의혹과 함께 가짜 독립유공자 후손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