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업종별 차등적용 요구 반발
"차라리 최저임금법 4조 폐지"
사 "일자리 감소 악순환 우려
도소매·숙박업종 수용 어려워"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주재한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이 또 다시 노사 극한대치 양상으로 반복되고 있다. 매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이유는 중소 상공인들의 위기를 걱정하는 사용자측의 시각과 중소 상공업체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하는 노동계의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은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당시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고, 노동계는 이를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미증유(일찌기 없었던)'의 위기가 닥치면서 특히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노사는 문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1.5% 인상률로 올해 최저임금에 합의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노동계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다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계는 이미 시간당 1만800원을 내년도 최초 요구안으로 공개했다. 올해 8720원보다 23.9% 오른 금액이다.

노동계는 아울러 경영계의 업종 별 차등 적용 요구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심의 마지막 날인데도 사용자 위원의 업종별 구분 적용 등 불필요한 시간 끌기로 인해 최초 요구안 관련 심의 이뤄지지 못하고 지연된 점에 유감"이라고 말했고,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아예 최저임금법 제4조의 구분 적용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최저임금법 4조는 사업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업종 구분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최저임금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경영계는 사용자측의 생존권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압박이 더해질 경우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차등 적용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소상공인이 밀집된 도소매·숙박음식 업종과 소규모 기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게 나타나 최저임금이 수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 초 국내 업체 302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 1년, 산업계 영향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5.8%는 매출 감소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고, 10곳 중 1곳(8.3%)은 '생존까지 위협받았다'고 답했다.

그 결과는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경총이 지난 3월 공개한 '2020년 최저임금 미만률 분석결과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법정 최저임금(시급 8590원)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19만명에 이른다.

경영계는 이미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맞추기 어려운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사용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무리한 인상보다는 차등 적용으로 경기 회복 시점까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에 대한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겠다는 목적으로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에 처음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실질적인 최저임금제 시행은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공포 이후 1988년부터 실시됐다. 이 법에 따라 사용자 측이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또 최저임금액 등 내용을 고지하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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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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