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에 제동이 걸렸다. 넷플릭스는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김형석 부장판사)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채무가 없음)'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넷플릭스의 청구 중에서 협상 의무 부존재 확인 부분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협상 의무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망 사용료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달라는 부분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대가 지급의무와 관련해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계약을 체결할지 말지, 어떤 대가를 지급할지는 당사자 계약에 의해야 하고 법원이 나서서 체결하라 마라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낸 망 이용대가 협상 중재 신청을 무시하고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는 접속료와 전송료 개념을 들어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SK브로드밴드는 접속과 전송은 현행법상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데이터 트래픽이 약 3년 만에 30배가량 증가했다는 점, 해외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을 들어 국내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일 평균 트래픽 점유율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국내 전체 트래픽의 4.8%를 차지했다. 이는 네이버(1.8%), 카카오(1.4%), 콘텐츠웨이브(1.2%)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향후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청구 소송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넷플릭스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SK브로드밴드는 이날 판결 직후 "이번 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콘텐츠사업자)에게 최고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넷플릭스는 "무임승차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이미 ISP에 지불한 비용을 CP에도 이중청구하는 것으로 CP가 아닌 ISP가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1심 판결에 대한 불복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는 추후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해 향후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간 계약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올 하반기 디즈니플러스, 아마존프라임, 애플TV플러스가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미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KT와 LG유플러스도 추후 재계약 시 해당 사업자에 망사용료를 별도로 요구하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커졌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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