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 이, 오랑캐 이, 제압할 제. 또 다른 적을 이용해 적을 제압한다는 의미다. 고래로 국가 대 국가의 쟁투에서 최상의 방책으로 꼽혀왔다. 손도 대지 않고 한꺼번에 두 적에 손실을 입힐 수 있으니 임전(臨戰) 승리보다도, 부전(不戰) 승리보다도 값진 것이다. 일타쌍피(一打雙皮)를 넘어 무타쌍피(無打雙皮)다. 시쳇말로 '손 안 대고 코 풀기'보다도 좋은 전략인 셈이다.

후한서(後漢書)의 '등구열전'(鄧寇列傳)의 등훈전(鄧訓傳)에서 유래한다. 중국 역사가 대체로 그렇지만 중원의 국가는 북방민족의 침입에 항상 노심초사했다. 한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관리 등훈(鄧訓)은 변방의 안정을 위해 호족(胡族)를 보호하고 강족(羌族)이 호족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자 조정 책사(策士)들은 그것은 하책이라고 했다. 강족과 호족이 서로 공격하는 것은 오랑캐로 오랑캐를 치는 것(以夷伐夷)이니 한나라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이제이 방략은 쉬이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제반 조건이 무르익어야 시도할 수 있다. 창의적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적끼리 싸우게 하려면 이간계와 시기, 질투를 유발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했다. 중국 역사에서 중원을 차지한 왕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는데, 북방 이민족을 방어하는 주 전략이었던 이이제이가 실패한 결과와 대개 연결된다. 북방 민족들이 이이제이에 넘어가지 않고 세를 규합할 때 중원은 위태로웠고 한족 왕조는 멸망했다.

최근 한국정치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이이제이가 떠오른다. 이이제이는 서구식으로 표현하면 '디바이드 앤 룰'(divide and rule)이다. 갈라놓고 지배한다는 뜻이다. 국민이 적은 아니지만 행위의 객체라는 의미에선 적으로 치환해 볼 수 있다. 문재인 정권 통치의 특징은 국민을 갈라쳐 확실한 내 편을 만들고 그들을 정권의 방패막으로 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 교육, 고용·노동, 외교·안보 거의 모든 국정에서 이 원리가 활용됐다.

'윤석열 X파일'을 둘러싸고 야권에서 자신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공작이라며 윤 전 총장을 두둔하는 쪽과 윤 전 총장이 소명을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는 쪽으로 나뉜다. 파일이 여권에서 나왔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야권이 적진분열하는 양상이다. 더구나 X파일 촉발의 진원지가 야권인사의 '입'이라는 점을 볼 때 이이제이가 의심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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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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