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벗어나 반도체·전자·자동차·의약품 등으로 확대
셀트리온·제넥신 등 제약사들 백신·치료제 기술 잇단 탈취
보안의식 강화·시스템 고도화 등 사이버위협 대응력 높여야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기술패권 경쟁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해킹 등 사이버 보안 위협에 밀접하게 노출되면서 국가 보안체계에 비상벨이 커졌다.

특히 공공과 민간 영역은 국가·산업적으로 중요한 핵심 기술과 자료 등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 데이터는 모두 네트워크와 연결돼 있어, 외부에서 이를 탈취·악용 하려는 사이버 해킹 세력에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비대면 영역이 산업 전반에서 확대되면서, 사이버 상에서 이뤄지는 산업보안과 연구보안이 새로운 보안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단적으로,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해킹 시도는 첨단 기술을 다루는 특성상 연구보안과 산업보안이 앞으로 보안 영역에서 얼마나 중요성이 강조될 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의 해킹 시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기존에는 방산업체에 해킹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기술 탈취부터 반도체, 전자, 자동차, 의약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이 해킹 공격을 받았고, 제넥신과 신풍제약, 보령제약 등 제약사들이 잇따라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해킹 공격에 노출됐다.

기술 탈취를 위한 해킹 시도 외에 기업을 협박하는 '랜섬웨어' 사이버 공격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5∼8월, LG전자와 SK하이닉스가 랜섬웨어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이랜드그룹이 동시다발적인 랜섬웨어 공격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고, 최근 두 달 사이 CJ셀렉타 브라질법인, LG생활건강 베트남 법인, LG전자 미국 앨라배마 법인 등 국내 주요 기업의 해외 법인들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내부 정보가 일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보안업계는 최근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해킹 시도를 위험한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한 보안 전문가는 "국내 해킹사고 때마다 북한이 거론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 해킹은 핵무기 만큼 내려놓을 수 없는 전략적인 국가 무기이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고, 방산업체 해킹 소식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만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 4월까지 총 106건의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된 분야를 보면 전기·전자(40건), 디스플레이(16건), 조선(14건), 자동차·정보통신·기계(각 8건) 등의 순으로, 대한민국 주력산업이 기술유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35건은 국가핵심기술로, 기술 유출 시 막대한 경제적·산업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미래 첨단 연구개발, 국방안보 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과학기술계도 보안체계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KAIST 교수가 중국에 자율주행의 핵심기술인 '라이다'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다 적발·구속됐으며,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는 차세대 생명공학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자신이 창업한 회사로 빼돌린 혐의를 받아 법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주요 연구자산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난제다. 지난 4월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퇴직 연구원이 국내에서 개발 중인 정밀유도무기 기술을 UAE(아랍에미리트)에 넘겼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특히 국가 핵심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이 자신이 연구한 많은 기술자료와 데이터 등을 본인 PC 등에 아무렇지도 않게 보관하는 등 연구보안 체계가 원시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비대면 확산 영향으로 공공영역은 물론 민간영역까지 사이버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만큼 보안의식 강화와 보안시스템 고도화 등 사이버 위협 대응 능력을 한층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윤선영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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