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여권이 '윤석열 X파일' 의혹과 논란 파장을 키우며 '윤석열 죽이기'에 혈안이다.

X파일 생산 의혹을 받아온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3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은 개인의 신상 X파일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자신의 생각과 시각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공유하는 게 기본"이라며 "자기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과 가족을 수사한 정도보다 더 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어 "X파일은 없다. (지난달 말) '검증 자료를 쌓고 있다' 말씀드린 것"이라면서 "검찰총장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야당 내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윤 전 총장의 '검사 선배'이자 야권 내 대권 경쟁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를 거론하며 "아마 홍 의원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이) 검찰 후배이고, 지난 여름에 무엇을 한지 다 알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X파일을 야권 대권 주자 간 권력 투쟁에 따른 산물이라고 몰아간 것이다.

앞서 여당 대표 대선후보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윤 전 총장을 향해 "발가벗는다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이나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날 대권 도전을 선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공공연히 '윤석열을 잡는 매'라며 그에 대한 법적 검증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22일 X파일에 대해선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깨고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해 (X파일을) 작성했다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며 "출처불명의 괴문서로 정치공작을 하지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의 공세와 달리 X파일 논란과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져 대권 도전 길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여권이 윤 전 총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대권도전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윤 죽이기'에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정치계에선 그 첫 번째 이유로 윤 전 총장이 내년 대선에서 여권의 정권창출을 가로막을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X파일 논란'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윤 전 총장은 30%대 중·후반의 지지율로 대선 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그가 대권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조국'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고, 힘겹게 만들어온 '검찰개혁' 논란이 대선판을 흔들 변수로 다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대권을 쥐게 되면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쉬쉬'하며 넘어갔던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문 정권 인사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 핵심 인사들이 대거 개입돼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조작 의혹 건을 비롯해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윤 정권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문 정부의 검찰개혁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고, 문 대통령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비위 수사 칼날 등 그가 미완(未完)의 '살아있는 권력수사'를 재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란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은 아무래도 공격 받을 수밖에 없고, 여권이 (불법사찰 의심) 얘기가 나온 김에 '여기서 공격하자'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대응이 소위 '메시지를 반박하기 어려우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고전적 수법을 따르면서, 여권에 검증공세의 빌미를 준 격"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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