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최근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조심스럽게 상대했다고 22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지난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3차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G7 확대정상회의 1세션 개최 전 카비스베이 호텔에서 스가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같은 날 만찬장에서 문 대통령이 스가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등 총 2차례 만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문 대통령이 만찬장 등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스가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당시 문 대통령의 대화 시도에 "감사하다"고 짧은 답변을 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과의 깊은 대화를 피했다고 했다. 실무차원에서 주요 현안 등에 대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게 스가 총리가 대화를 피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원래 한국 측은 이번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측에 20~30분 정도 서서 이야기하는 형식의 약식회담을 제안해 잠정 합의를 이룬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일본 측도 문 대통령이 먼저 인사를 건네면 외면하기 어려운 만큼 스가 총리의 문답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약식회담은 일본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지난 14일 스가 총리의 일정이 맞지 않아 약식회담이 열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영국을 떠나면서 SNS에 글을 올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총리가 문 대통령과 인사만 나눈 것에 대해 "모든 것은 총리의 판단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위안부 문제 등의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빈손'으로 온 문 대통령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면 일본 국내에서 비판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사히신문은 "스가 총리가 영국에서 귀국한 뒤 측근들에게 'G7 정상회의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이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달 23일 예정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참석했으니 문 대통령이 답방 형식으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게 아사히신문 측의 추측이다. 다만, 양국 간 현안이 정리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힘들 수 있고, 한국에서도 도쿄올림픽에 맞춰 문 대통령의 방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G7 정상회의가 열린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양자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두번째에 문 대통령이 서 있고, 두번째 줄 왼쪽 첫번째에 일본 스가 총리가 서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