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피해를 보상하는 일명 '손실보상법' 첫 번째 고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회 문턱을 간신히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안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소급적용 조항이 빠지고 피해지원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지원을 통한 '사실상 소급적용'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은 "정부·여당이 소상공인에게 야박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17일 "손실보상법안을 6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고, 2차 추가경정예산을 속도감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자중기위 중기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손실보상법이 산자중기위 중기소위를 통과함에 따라, 행정명령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을 2차 추경에서 신속하고 폭넓고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산자중기위 중기소위는 전날인 16일 밤늦게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소상공인 등의 손실보상 근거를 담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을 처리해 산자중기위 전체회의로 넘겼다. 민주당은 쟁점이었던 '소급적용' 조항은 빼고 피해지원으로 대체했다. 국민의힘 측은 소급적용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발했으나 민주당의 주도로 법안은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손실보상법은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영업 제한 및 집합금지 등 국가의 행정명령에 따른 소상공인의 피해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다. 6월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7월 1일부터는 행정명령에 따른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할 수 있다"면서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손실보상을 실시한 세계 11개국 중에서 손실보상 의무화를 법에 명시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이 손실보상법이 입법의 첫 관문인 중기소위를 통과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그동안 손실보상법의 최대 쟁점은 소급적용이었고, 이것은 선택의 문제였다. 첫째는 손실보상법을 통한 소급적용 방식이며, 둘째는 피해 지원을 통한 '사실상 소급적용' 방식이었다"면서 "민주당은 당정 협의와 4차례에 걸친 중기소위, 소상공인이 참여한 입법청문회 등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했으며, 소위 심사 과정에서 (소수정당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 더 빠르고 더 많은 보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손실보상법으로 미래의 손실분을 보상하고, 피해 지원 방식으로 과거의 손실분을 '사실상 소급보상'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손실보상법에 따른 소급보상은 입증 과정이 엄격하게 이뤄져서 보상금액이 제한적이며, 산정 기간이 길어진다. 이 경우 연말 무렵에나 보상금 지급이 가능하고, 피해 지원 방식보다 더 적은 금액의 보상이 이뤄지게 된다"며 "반면 피해 지원의 방식은 더 신속하고 두터운 보상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과 함께, 보상 시기와 절차 등 집행의 탄력성을 높여 효율적인 보상 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손실보상법 논의의 중요한 시기마다 '소급적용 명시'만을 주장하며 본질을 흐리고, 소상공인 지원의 문제를 정쟁으로 변질시키는 데 급급했다"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손실보상법 처리를 서둘러 2차 추경 편성을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2차 추경으로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회복을 돕고, 하루라도 빨리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어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애끓는 목소리를 외면한 채 '소급적용' 없는 손실보상법을 상임위 소위에서 밀어붙였다"면서 "겨우 회생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이게 K-방역에 협조한 대가냐"면서 "무늬만 손실보상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50일째 농성을 하면서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민주당의 결정에 반대했다. 류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와 정의당이 주장했던 소급적용 손실보상은 법안 본문에서 모두 빠졌다. 다만, 부칙에 성격이 다른 '피해지원'이 들어갔다. 이를 주도했던 민주당은 '사실상 소급적용'이라 주장하고 있다"면서 "제가 대신 부끄럽다"고 말했다. 류 의원은 "(소급적용을 뺀 이유가) 더 빨리 지원하기 위해서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실보상 제도화'를 지시한 지 144일이 지났고. 늦어진 이유가 오로지 정부와 여당에 있는데, 이제 와 늦어진 탓을 한다"면서 "'보상'과 '지원'은 다르다. 정부의 영업제한·집합금지에 따른 손실보상은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가진 정당한 권리다. 시혜적 차원의 지원이 보상 영역을 축소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손실보상법안이 산자중기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거쳐 본회의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