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테스트·경제상황 고려 당국, 이달말 연장여부 발표 4대지주 주주환원 정책 채비 30% 넘는 보복배당은 미지수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오는 30일 끝나는 배당제한 조치(자본관리 권고안)의 연장 여부를 이달말 발표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감독당국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더해 해외 사례와 실물경제 상황을 고려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V자형 경기회복 시나리오를 가정한 테스트에서 탈락한 은행·지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의 연장 또는 종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이 신한·KB·하나·우리·NH·BNK·DGB·JB 등 은행지주회사와 SC제일은행 등 개별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이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 내에 자본관리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려고 한다"며 "스트레스테스트 결과에 좌우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참고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은 이달 초부터 경기회복을 가정한 V자형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해왔다. 장기 경기침체를 고려한 L자형이 아닌, 경기회복 추세가 확연한 점을 고려해 한국은행과 공동으로 회복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V자형은 최고 강도의 위기상황을 한 차례 정도만 고려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현재는 감독당국 주도로 실시하는 하향식 테스트는 마무리한 상태로, 개별 은행의 상향식 결과를 취합하는 단계다. 올해 초 장기회복을 고려한 U자형 시나리오를 전 금융사가 통과한 만큼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말 배당제한이 끝남에 따라 스트레스테스트는 막바지까지 진행된 상황"이라며 "경제상황이 많이 바뀐 만큼 지난번 결과하고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 추세는 완연하다. 이달 9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두 달 전 발표보다 0.1%포인트 늘어난 1.7%를 기록했다고 밝히며 "올해 성장률 4%가 상향 조정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올해 국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포인트 3.8%로 제시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는 오는 6월말 발표할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완충자본'을 포함한 자본 적립 요건을 충족하면 배당을 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허가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각 금융지주도 호실적을 바탕으로 자본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달초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85%로 작년말보다 0.4%포인트 올랐다.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도 각각 0.4%포인트, 0.34%포인트 증가했다. 당국이 배당제한의 근거로 제시한 U 또는 L자형 시나리오에서 자본비율 감소를 가정했지만, 실제로는 개선된 셈이다.
올해는 최대 4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이 전망되면서 자본여력 개선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4조1508억원, 신한지주는 4조830억원으로 추산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각각 3조327억원, 2조1054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순이익이 4조원에 육박하는 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실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융지주는 중간배당 채비에 나섰다. 15일 하나금융지주는 주주명부 폐쇄 공시를 냈다. 통상 배당을 위한 사전 조치로 여겨진다. 실제 중간배당을 한 작년에도 이러한 절차를 밟았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은 별도 공시를 내진 않았지만, 정관상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데 문제는 없다. 우리금융지주도 권고안 종료에 따라 논의를 계획하고 있다.
다만 배당 규모가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번 늘린 배당 규모를 축소하기는 어렵다"며 "대출만기연장 등 금융지원 조치가 올해말 끝나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성향 30%가 넘는 '보복배당' 수준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